섬세한 청각, 색다르게 들려주기.
솔직과 정직 사이. 2004/02/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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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한테만 들려주고 싶은 소리가 보기 편한 동양화에 들어있다. 온갖 소리가 난무하는 요즘에 엄마의 바램으로는 도시를 떠나 까치소리, 병아리 소리, 동네 똥개 소리도 들으면서 뛰어다니고, 들리지 않는 나비 날아다니는 소리까지 상상하며 들꽃을 보게 하고 싶다. 서양화에도 자연을 그리는 그림이 많지만, 우리 나라 동양화처럼 다정함을 느끼기 힘들다. 자연을 보는 시각이 달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그림을 실은 구도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위로 열어서 보는 편한 세로형 그림이기 때문이다. 동양화는 시선이 빠져 나갈 공간이 마련되야 하기때문에 책 판형에 억지로 맞추면 솔직히 짜증난다.
'쉿 귀를 귀울여봐'하고 동양화를 보면서 소리를 상상하게 하는 이 책은 우리 아이때문에 한참 웃었다. 김홍도 '서당'그림에서 훈장님께 맞는 아이를 보고 '엄마 얘 때문에 글 읽는 소리두 안 들려'할 때는 익숙하지 않은 동양화 그림이 아이한테 낯설지 않을까? 한 걱정을 한 방에 날려줬다.
소리가 상상되는 그림책. 우리 아이는 포크질만 하다가 젓가락질을 처음 하는 심정으로 동양화를 만났지만, 젓가락 장단을 맞추듯이 신사임당의 그림을 보고 '개굴개굴'을 읽을 때는 우리에게 서양화처럼 많이 보여줄 그림이 없음이 괜시레 미안했다.
나는 나중에 아이가 엄마의 잘난체를 받을만큼 크면, 이 책을 꺼내서 김홍도의 '무동'을 보며 얼굴이 상기된채로 장구치는 양반 아저씨 이야기랑, 시집 가는 딸에게 살며시 넣어줬던 '계자도' 이야기의 숨겨진 비화랑 모두모두 이야기해 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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