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꿈의 공간들』, 듀나
솔직한 글이 좋다. 어설프게 ‘우쭈쭈’하는 것보다는 따끔하게 혼나는 것이 마음 편하다. 따뜻한 에세이도 좋아하지만, 따뜻함을 표방하는 글의 대부분은 미지근함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정곡을 찌르지 못한다. 그것보다야 차라리 시원하려 애쓰다 차가워진 글이 더 재밌다. 쿨한 척 하려다 선을 넘고 무례해지지만 않는다면.
이건 순전히 나의 취향이고, 그런 점에서 SF소설가 듀나의 에세이 모음집 『가능한 꿈의 공간들』은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SF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의 영역을 커버한다”는 문장 그대로, 이 책은 이야기의 넓은 영역을 커버한다. 박재범 SNS 소동에서 복수극의 여섯 가지 규칙까지, 스타워즈 이론에서 세월호 관련 낚시 기사까지.
투덜대는 게 습관이 된 사람은 많지만, 이렇게 논리적으로 투덜거리는 사람은 못 봤다. 애써 자신을 변명하지도 않고 섣불리 불특정 다수를 위로하려 들지도 않는다. 노래 가사처럼 예쁜 단어나 ‘모두 다 괜찮다’는 속삭임도 없다. 본인이 아는 것과 느낀 것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뽑아 단정하게 써낼 뿐이다. 그런데 글을 읽다 보면 모르고 지나쳤던 시간들이 다시 돌아온다. 내가 에세이에 기대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