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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이른 새벽, 덜그럭거리며 서울로 강의하러갈 준비를 하는 건우아빠의 아침을 준비하다가 김근태 선생의 임종소식을 들었다.

갑자기 가슴한켠이 시큰했다.

손한번 잡아본적없는 사람이건만, 한순간 문득 우리 모두 그의 죽음 앞에 자유로와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전 어느 신문이었던가, 이근안의 인터뷰기사를 읽었었다.

자신이 고문형사로 낙인찍혀 가족이 매우 힘들었다는 것과 지금은 목사로 살고 있으며 과거 자신의 고문을 예술과 애국주의로 정당화하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으며 죽일놈이라고 속엣말을 했지만 그렇게 지나가버렸다.

 

오늘 김근태선생의 임종을 들으며,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이근안 기사를 읽어치운 나를 반성한다.

그렇게 별다른 분노없이 욕한마디로 지나친 나의 비겁을 반성한다.

아직은 잊어서는 안되는 건데, 잊을수 없는 일인데, 그 야만의 증거가 버젓이 활보하고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게 이 시대가 썩을때까지 비겁하게 숨어다니기만 하였다니....

 

오늘 하루, 우리는 우리를 용서해서는 안되는 날이다.

타인의 용기와 헌신뒤에 숨어 안전하게 큰소리치는 우리의 비겁을 오늘만은 용서하면 안될 일이다.

그리하여 발톱을 세우는 야만을 눈 부릅뜨고 지켜라도 볼 일이다.

행동할 용기가 없다면 시대의 증인이라도 될 일이다.

그리하여 비겁하고 무심했던 나를 벼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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