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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한 영화를 처음으로 본 건, 어릴 때 TV에서 방영한 주말 영화프로그램이었다. ‘내일을 향해 쏴라’였다. 그 영화에는 지금도 레전드로 꼽히는 유명한 사운드 트랙과 장면이 있다.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흘러나오며 폴 뉴먼과 캐서린 로스가 자전거를 타는 씬이다. 나 역시 그 장면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그 음악과 영상이 너무 좋았지만, 그때부터 난 폴 뉴먼이 아닌 로버트 레드포드의 팬이 되어버렸다. 보는 순간 그냥 처음부터 이 배우에 홀딱 빠져버렸다. 느끼하지 않게 잘 생긴 것이 매력 있었고, 그리 정열적이지도, 과하지 않은 담백한 연기도 좋았다.

 

그 뒤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온 영화는 거의 본 것 같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함께 출연한 ‘추억’과 메릴 스트립과 함께 출연한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대하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역할이 너무 차갑고 이기적인 것 같아 마음에 조금 들지 않았지만, 이 배우를 탓할 수는 없었다. ‘추억’과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사운드 트랙과 영상 역시 내 인생영화이다.

 

로버트 레드포드가 더 좋았던 점은 그가 배우로만 머물지 않고 감독과 영화 제작자, 그리고 저예산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선댄스 영화제’를 설립했다는 사실이다.


영화를 전공한 딸아이는 올 초 미국 유타주의 파크시티에서 열린 ‘2025 선댄스 영화제’에 자원봉사자로 다녀왔다. 혼자 짐을 꾸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곳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걱정되어 반대하기도 했지만, 내 말을 들을 아이가 아니었다. 비록 자비로 비행기 티켓을 끊어 갔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훌륭한 숙소와 여러 인종과 나이가 섞여있는 다양하고 친절한 사람들 사이에서 딸아이는 좋은 영화도 많이 보고 우정도 쌓고 왔다. 그 경험이 플러스가 되었는지 딸아이는 올해 계속해서 한국의 여러 영화제에서 일하고 있다. 오늘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한다.

 

너무나 더웠던 올 여름의 무더위도 어느새 물러나고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늘 세월은 흐르고 세상이 변하지만 아직 그것을 담담히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한 번씩 적잖은 우울과 마음의 허전함을 겪는다. 누군가를 보낼 땐 매번 힘들다.


주말에 자주 같이 영화를 봤던 아버지가 생각나는 날이다.


-사진출처:네이버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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