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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의 서재

당신이 떠나면 어머니는 어떨까. 
상관없다는 마음도 든다.- P12
저 너머 당신을 마지막으로 보러 나온 어머니에게 닿는다. 어머니는 겁쟁이처럼 살짝 손을 흔든다. 어머니가 자신을 남편과 같이 여기 남겨두고떠나는 당신을 용서하는 날이 올까 궁금하다.- P22
한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딸을 빼앗긴다.
한 여자는 아들이 별것도 아닌 여자에게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반쯤 그렇게 생각한다. 비용이 들고 감정은오가고 돌이킬 수는 없다. 공개적으로 서약하면 사람들은 항상 운다.- P41
사제에게 마이크가 다시 넘어온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식후 감사 기도를 드리지만 한마디도 마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은 기도를 드려도 응답을 받지 못한다. 하느님은 어디있지? 그가 물었다. 하느님이 무엇이냐고는 묻지 않았다. - P49
그는 하느님을 몰라도 상관없다. 그의 신앙은 흔들리지 않았지만바로 이것이 이상한 점이다-그는 하느님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바란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의 계시뿐이다. 저녁이되어 가정부가 돌아간 뒤 창가의 커튼을 꼼꼼하게 치고 나서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사제가 되는 방법을 보여달라고 기도를드릴 때도 있다.- P50
진주가 산산이 흩어지고 사제는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한다. 그는 반들반들하게 닦은 플로어에 튀어 오르는 진주알을 바라본다. 진주 한 알이 굽도리에 부딪친 다음 반대로다시 굴러와 던 양이 내민 손을 지나친다. 진주가 사제의 의자쪽으로 다시 굴러가자 던 양이 한숨을 쉰다. 그가 손을 아래로뻗어 진주를 집어 든다. 손에 닿는 진주가 따뜻하다. 그녀의 온기다. 이날 그는 무엇보다도 이 온기에 깜짝 놀란다.
사제가 댄스플로어를 가로지른다. 신부가 양손을 내밀고 서있다. 그가 신부의 손에 진주를 내려놓자 그녀가 그의 눈을 들여다본다. 눈물이 고여 있지만 그녀는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눈을 깜빡여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녀가 눈을 깜빡이기만 하면 사제는 그녀의 손을 잡고 여기서 달아나리라. 적어도 사제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로 그것이 그녀가 한때 바라던 일이었지만 세상에서 두 사람이 같은 순간에 같은것을 바라는 일은 거의 없다. 때로는 바로 그 점이 인간으로서가장 힘든 부분이다.- P52
"네." 중국인이 말한다. "당신 문제 있어요."
"내 문제요?"
중국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난 아무 문제도 없어요." 사제가 말한다.
중국인이 웃는다. 원래 문제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는 것을 안다.- P59
릇을 바라본다.
롤러의 딸과 보낸 파편 같은 시간들이 마음을 스친다. 그녀를 속속들이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녀는 자기인식이란 말의 너머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대화의 목적은 스스로 이미 아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모든 대화에 보이지 않는 그릇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이야기란 그 그릇에 괜찮은 말을 넣고 다른 말을 꺼내 가는 기술이었다. 사랑이 넘치는 대화를 나누면 더없이 따스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 그릇은 다시 텅 빈다. 그녀는 인간 혼자서는 스스로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 너머에 진짜 앎이 있다고 믿었다. - P61
"고맙습니다." 사제가 마침내 말한다. "고맙습니다."
중국인이 새로 끓인 차를 한 잔 들고 그의 옆에 쪼그려 앉는다. 여기 자기만의 깨끗한 공간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믿고 그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P63
사제가 벽에 걸린 그림을 가리키며 묻는다.
"이건 뭐죠?"
"오래됐어요." 중국인이 말한다.
"비어 있네요." 사제가 웃는다.
중국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비었어요." 사제가 말한다. "가득 차 있지 않다고요."
"네." 중국인이 말한다. "당신 문제 있어요."- P63
하느님은 어디 있지? 그가 물었고, 오늘 밤 하느님이 대답하고 있다. 사방에서 야생 커런트 덤불이 풍기는 짙은 냄새가 뚜렷하다. 양 한 마리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 푸른 들판을 가로지른다. 머리 위에서 별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하느님은 자연이다.
그는 뉴리 외곽에서 롤러의 딸과 알몸으로 누워 있던 것을기억한다. 홀씨가 된 그 모든 민들레 꽃을, 그리고 언제까지나그녀를 사랑하겠다던 말을 기억한다. 그는 그 모든 일들을 온전히 기억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지. 곧 부활절이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성지주일 강론을준비해야 한다. 그는 길을 향해 들판을 다시 오르며 사제로서나무들의 라틴어를 최선을 다해 판독하는 내일의 삶에 대해서생각한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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