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자기 구현이란 결국 불교의 공(空)이나 노자의 무(無)로 연결된다. 자기란 결국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무한한 가능성이며, 이 원형에 도달하는 것이 바로 헤세가 추구했던 '자기에게 이르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싱클레어를 대오(大悟)하게 인도하는 인물의 이름이 데미안이어야 했다. 데미안은 데몬을 거쳐서 다이몬(daimōn)을 연상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내면에서 듣는 목소리를 다이몬이라 여겼으며, 다이몬을 섬겼다는 이유로 독배를 들었다. 결국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내면의 목소리였던 것일까. 소설의 후반부에서 전장에 나간 싱클레어는 포탄을 맞는다. 그 순간에 싱클레어가 보았던 환영들은 그가 포탄을 맞고 결국 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독배를 든 소크라테스는 이제 불멸할 것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싱클레어는 죽음을 겪은 후에 비로소 데미안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데미안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꿈에서 깨어난 장자는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한낱 꿈(Traum)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출처] 데미안 - 자기에게 이르는 길|작성자 kenoh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