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해, 물과 맺어진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곳
<언더월드>
(The Underworld)
수전 케이시 지음
홍주연 옮김 [까치] (2025)
최근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진도 8.8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전후로 태평양을 마주한 일본의 해안에 향유고래 4마리가 밀려왔다는 기사를 보고 마침 지난 8월 1일이 탄생 206주년을 맞은 허먼 멜빌도 생각이 났더랬다. 이번 향유고래 기사와 같이 바다 깊은 곳에서 발생한 지진을 감지하는 바다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심해 갈치가 제주 해안으로 떠올랐다는 기사도 비슷한 사례다. 이런 동물들의 행동을 보면 <모비딕> 1장에서 이슈메일이 혼잣말하듯 내뱉은 “우리는 영원히 물과 맺어져 있다.”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이번 더위에 느릿느릿 읽은 책의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수전 케이시의 <언더월드>는 이슈메일의 말이 뜻하는 바를 피부에 와 닿게 전하는 책이다. 우주 속의 섬, 그 섬의 표면에서도 3분의 2가 바다인, 이 기적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면 분명히 실감할 일이다. 나아가 표면아래 바다 깊은 곳까지 고려할 때, 모든 생물권의 95퍼센트가 심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을 터다. 동시에 우리가 바다에 대해 이토록 무지하고, 또 무관심했던가 싶기도 할 것이다. 지구를 떠나려는 계획에 엄청난 자원과 자본을 쏟아 붓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바다에 투자하는 노력과 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 책은 바다, 무엇보다 심해에 초점을 맞춘 심해 안내서다. 심해에 다가고자 한 인간의 노력들, 심해와 인간과의 관계, 심해의 존재가 행성 지구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취재하고 고찰한 기록이기도 하다.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빛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이제 상식이다. 하지만 태양광이 아예 도달하지 않는 심해저의 암흑 속에서, 그러니까 대략 수심 3,000미터 이하의 깊이에서 저자가 눈으로 확인한 생태계는 미사만 존재하는 죽은 사막 같은 곳이 결코 아니었다. 심해에서 “생물은 어디에나 분포되어 있었”(74)던 것이다. 심해에는 지표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생태계가 실재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수심이 비교적 얕은 유광층과 박광층에서 볼 수 있는 구성원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생물들이 풍부한 곳이었다. 수심 7000-8000미터 아래에서도 살아가는 쥐꼬리물고기나 덤보문어, 붉은새우 등의 생물들, 암흑 속에서 마치 별이 반짝이듯 자체적으로 빛을 내어 먹이를 유인하는 여러 발광생물들과 마주했을 때, 저자가 느꼈을 황홀함, 1100기압을 견디고 있는 두꺼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대상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감각을 한 번 상상해보라. 이런 감정들은 우리가 직접 바다 밑으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위험을 무릅쓴 탐험가들이 직접 유인 잠수정을 타고 심해 탐험을 한 이들의 공통된 반응이기도 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 번 심해를 보고 올라온 사람이라면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올라온다고 말한다.
한편 바다 깊은 곳에서는 생물들만 풍요로운 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심해 탐사의 선구자들과 직접 만나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우주선 제작만큼 혹은 이보다 더 제약조건이 까다로운 잠수정 제작의 역사와 현재를 소개한다. 여기에 바다 속 지형의 격렬한 활동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는다. 지구는 인간의 눈으로 파악하기에 지극히 느린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변해가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바다 밑은 지각 아래에서 생성된 마그마가 지금도 분출하며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동시에 어느 곳에서는 지형과 지형이 충돌하는 곳도 있음을 과학자들은 알아냈다. 지형이 충돌하는 곳에서 한 쪽 지형은 다른 쪽 지형 아래도 들어가는 섭입대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저자는 특히 이 지역에서 격렬한 지각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 섭입 과정이 이루어지는 일본의 해저,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만 보아도 화산활동이나 지진이 멈추지 않고 격렬하게 일어나는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유인 잠수정 심해 탐험가들은 바로 이런 현장을 바다 밑에서 직접 목격해왔다.
현재까지 인간이 알아내고 탐험한 초심해저대의 깊이는 수심 10,000미터가 넘는다. 저자가 해준 이야기 가운데 특히 기억나는 내용은, 지상과 그토록 멀리 떨어져 있는 초심해저대의 장소에서도 인간의 영향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이야기였다. 바다 밑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맥주 캔이 ‘버드와이저’라는 심해 탐험가들의 씁쓸한 경험담이나, 수심 10,000미터 넘는 심해 바닥에서 발견한 곰인형, 그리고 심지어 ‘친환경’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비닐봉지가 떠다니는 순간과 마주했을 때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감정을 경험했을까.
또 2020년에 발견된 한 심해 단각류의 이름이 ‘에우리테네스 플라스티쿠스’라고 지어진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상황을 더욱 실감나게 웅변한다. 이 생물의 학명이 농담처럼 들리지만 정말 진지하게 붙여진 이름이었다. 초심 해저대에서 채취한 모든 생물 표본의 내장 안에서 플라스틱 미세 섬유가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오염물질과 하나가 되어버린 이 종은 우리가 바다의 가장 깊은 곳과 가장 작은 생물들까지 플라스틱으로 오염시켰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였다.”(417) 이제 이로써 지구상에 남아 있는 어느 곳도 미세 플라스틱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을 발견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간이 배출한 온갖 독성 물질이 오염되고 축적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려주는 저자의 말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 담긴 듯했다.
이런 사례들로부터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심해가 지표의 생물권과 결코 동떨어진 섬과 같은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구 생물들이 살아가는 95퍼센트가 심해 영역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심해는 인간이 배출한 과도한 탄소를 흡수하고, 바다를 지구적으로 순환시켜주는 완충지대이기에 지구 전체의 기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제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바닷물은 비열이 큰 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태양열을 지표보다 더 흡수하고 온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하여 지구 생태계를 지금껏 지켜준 환경요소다. 이 역할의 해심에 바로 심해가 있었다. 선구적인 심해 탐험가가 조금씩 늘어남에 따라 우리는 심해의 고마운 역할을 점점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 늦었을지 모르지만 심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소중한 인류의 환경으로 이 지역을 지구적으로 공유하고 심해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나마 작은 위안을 준다. 인류의 미래는 99%이상이 지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우주 보다는 모든 이가 예외 없이 영향을 받는 바다에 있다. 바다, 나아가 심해의 중요성이 바로 이러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달이나 화성으로 탐험을 하고 식민지를 건설하고자 하는 국가는 많지만 바다 깊은 곳의 가치를 실제로 이해하고 여기에 투자하려는 이들은 극히 적기 때문이다. 그나마 바다에 대한 관심은 세계 여러 국가들의 자원 확보 경쟁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생태계 환경으로서 보다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로서 심해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인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심해 채굴 움직임은 단순한 우려를 넘어 심해 생태계가 심해 채굴의 위협으로 얼마나 큰 위기에 처해 있는지, 나아가 우리의 미래가 얼마나 여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만 바다를 보호하고자 설립된 국제 해저 기구가 여러 글로벌 기업의 편에 서서, 인류 공동의 자산인 해저 생태계를 채굴 권한을 국제 사회의 검토와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판매하여 수익을 올리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극소수의 세력이 인류 전체를 앞장서서 위협에 빠뜨리는 행보가 아닌가. 이 현실을 보고하는 저자의 문장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저자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심해 채굴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며 이를 반대한다. 저자는 무작위로 이루어지는 심해 채굴 방식과 후유증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심해저의 어느 지역을 채굴하게 되면 표면에 있는 모든 것(모든 생물과 암석들)을 거대한 기계에 넣고 갈아내는데, 이때 기계에서는 걸쭉한 혼합물이 만들어지며 이를 수면 가까이로 퍼 올리려 폐기해버리게 된다고 한다.
심해 채굴을 추진하려는 기업인들은 이 과정이‘단지 먼지가 조금 나는 정도뿐이며, 큰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문제를 일으킨 행위의 주체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안전평가라고 사람들에게 제시한다면 당신은 그 결과를 믿을 수 있는가? 이런 결과에 대한 신뢰는 확보되기 어렵고, 그저 사람들의 우려만을 더 부추길 뿐이다. 어느 해양학자가 심해 채굴에 대해 “직접적인 채굴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어떤 생명체든 살아남으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습니다. (...)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347)라고 경고를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심해가 해양의 화학적, 생물학적 균형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해한다면, 이런 균형을 위태롭게 만드는 심해 채굴과 파괴 행위는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신중해야할 일이다. 파괴된 심해가 원상 복구되려면 지질학적 시간만큼이 또다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심해가 복구되긴 할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인류가 여전히 그 때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 책은 심해 탐험과 이와 관련한 저자의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탐험팀과 함께 했던 저자는 점차 바다에 대한 경외감과 겸허함을 배우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원 확보를 향한 여러 국가들의 무모한 심해 탐험과 경쟁은 과거 서구 세계의 식민지 쟁탈 과정의 역사를 지극히 닮아 있었다. 공공 기관의 역할을 자임한 해저 심해 기구가 한술 더 떠서 심해 채굴권을, 극소수의 단독적인 결정으로 심해 채굴을 신청한 기업에 판매하고 있는 현실을 다시 떠올려보자. 식민지의 역사가 인류의 자원 및 시장 확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이들의 행동은 과거에 제국주의 국가들이 세계를 ‘정복’하고자 했던 행보와 다를 바 없는, 하나의 패턴으로 다가온다. 다만 정복의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다.
반면 심해 탐험가들과 저자는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심해로 들어가 풍요로운 생물과 격렬한 지구의 활동을 목격한 이들이다. 이런 풍경을 본 이상, 수면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더 이상 ‘정복’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생명의 아름다움과 겸허함의 감각으로 충만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밖에 없는 듯했다. 이들은 심해의 법칙에 ‘복종’하는 것 말고는 달리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 ‘복종’이란 표현은 대상(심해)에 대한 우리의 존중과 사랑을 요구한다. 또 이 표현은 인류 공동의 책임을 자각하고 참여를 필요로 한다.
다시 확인하는 부분이지만, 이 책은 심해에 관한 저자의 매혹과 사랑을 진하게 고백하는 책이기도 하다. 독자들도 저자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면 독자의 마음가짐 역시 이에 반응하여 여기에 맞추어질 것이다. 또 심해 곳곳이 인간의 활동에 의해 오염되어 있는 현실을 알게 되면, 인류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자연으로부터 취하기만 해 왔는지 상상해본다. 인간은 문명의 편리함과 이익을 추구하느라 앞으로 인류가 치러야 대가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우리는 조속한 시간 내에 좀 더 진지하게 마주할 기회가 필요하단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우리는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원하지만,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빼기’의 과정”(405)이라고 일러준다. 심해로 잠수하는 과정만 보아도 잠수정으로부터 공기를 빼고, 또 내려가면서 빛이 빠진다. 나아가 심해의 법칙에 복종하며 자아를 빼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우월성과 통제라는 환상을 빼야 함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문명의 편리함과 이기심을 비운 이후에야 그 빈자리에 비로소 진정한 겸허함과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인식의 변화를 채워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취재 활동과 참여를 통해, 독자는 우리와 너무나 멀리 존재하던 심해가 실제로는 우리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실감나게 전한다.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한 장소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라. 심해는 현재 우리에게 낯선 세계이지만, 동시에 지구 생태계를 이 정도나마 유지하게 해준 주요 요소라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나아가 우리는 지구의 가장 깊은 곳과 가장 작은 생물들을 오염시킨 장본인이라는 사실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의 손에 결정적인 선택권이 주어져 있다. 심해를 파괴하고 정복함으로써 우리의 문명이 심해에 처박힌 ‘곰인형’처럼 바닥으로 가라앉을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열어둘 수 있을 것인지는 우리의 결정과 행보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우리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에서 ‘영원히’ 물과 맺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의 존재로 받아들인 심해의 매혹과 애착 그리고 지구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겸허함을 조금이나마 함께할 수 있다면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책 속으로>
[1] "심해의 가장 작은 거주자들은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생물 세력이다. (...) 미생물이 없다면 우리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P33
[2] "사실 우리의 생존은 바다에 달려 있다. (...) 이제는 자연이 상호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체계로 작동하며 심해가 그 기반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심해는 우리가 만든 과도한 탄소를 흡수하고(적어도 지금까지는) 바다를 순환시키며(따라서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고) 지구의 화학적 성질을 조절하고(더없이 중요한 일이다), 여분의 열을 흡수한다(이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P34
[3] "초심해저대와 그곳이 품은 태고의 아름다움, 격렬함, 진실에 매혹되고 그곳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도 있다. 그곳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서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장소들이 있다는 증거이다."(저자의 말)
"왜 우리는 심해의 그토록 많은 부분을 그토록 오랫동안 무시해 왔을까?"- P239
[4] "유네스코는 해저에 남아 있는 배의 수를 약 300만 척으로 추정한다."- P248
[5] "침몰한 배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무엇인가가 있다. 불행한 운명을 맞이하여 물속에 잠들어버린 배들은 있어서는 안 될 곳, 있어서는 안 될 시간 속에 갇힌 인류 진보의 상징이다."- P256
[6] "인류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구해야 할 때 대단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세계 최대 펀드 회사 창립자 레이 달리오의 말)- P301
[7] "지구의 비밀스러운 파티가 가장 웅장하고 생생하게 펼쳐지는 곳."
(박광층에 대한 설명)- P310
[8] "그곳은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난 장소였다. (...) 심해에는 늦은 것도, 이른 것도 없었다. 오직 심원한 시간, 지구의 지질학적 시계가 무한히 느리게 째깍거리는 소리뿐이었다."- P327
[9] "지구 생물권의 95퍼센트는 심해이며 그 바다의 역사는 40억 년에 달한다."
"심해의 숭고한 차원 앞에 머리를 조아릴 때 찾아오는 은총도 있다. 사물의 진정한 질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달음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평화이다."
"우리는 빛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빛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사실 생물권의 대부분은 어둠 속에 존재한다."- P328
[10] "놀랍게도 나를 덮친 감정은 슬픔이었다. 쿡쿡 쑤시는 듯한 아픔, 어렴풋한 그리움으로 시작된 그 감정을 처음에는 억눌렀다. 흥분과 슬픔을 동시에 느낀다는 것이 터무니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자가 심해에서 올라올 때 느낀 감정)- P332
[11] "직접적인 채굴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 어떤 생명체든 살아남으리라는 기대는 할 수 없습니다. (...)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MIT 해양학자 톰 피콕의 말)- P347
[12] "바닷속에 떠다니는 이 물질들(채굴 후 바다에 버린 잔재들)이 해양 생태계에 심각하고도 다양하며 전 지구적 규모의 영향을 미치리라는 사실은 무서울 정도로 명백하다."
(심해연구자 스티븐 해덕과 어넬라 초이의 말)- P358
[13] "(생물량/몸집이 커야만 생명 체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생물 다양성, 즉 종의 만화경, 생태계 내의 방대한 유전적 저장소이다. 생물량과 달리 생물 다양성은 대체 불가능하다."- P363
[14] "우리가 지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선의 기회에요. 우리의 최우선 과제는 오래된 숲이든 온전한 사막이든 초원이든 간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자연적인 탄소 포집 체계를 지키는 일이에요."(해양학자 실비아 얼의 말)- P371
[15] "잠수정 밖에서는 실체와 무게를 가진 박동이 거대하고 평온한 존재의 길고도 느린 심장 박동 같았다. 나는 빛과 어두움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심해의 모습을 사랑했다."- P397
[16] "우리는 언제나 더 많은 것을 원하지만,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일은 ‘빼기’의 과정이다. 공기를 빼고, 빛을 배고, 날씨를 빼고, 수평선을 뺀다. 자아를 뺀다. 인간의 우월성과 통제라는 환상을 뺀다.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면 비로소 다른 것을 더할 수 있다. 진정한 겸허함,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시각, 변화된 인식, 때로는 낯설기도 한 생명의 표현 방식 말이다."- P405
[17] "심해에서는 그러한 신비를 엿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직접 들어갈 수 있다. 그곳에서 고정된 지점은 나 자신의 의식뿐이다. 시간을 빼고 나면 존재만 남는다. 심해에서는 방향을 잃는 대신,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마지막 문장)- P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