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홀로 깨어》를 꺼내 읽는다
최치원 지음 | 김수영 편역 [돌베개] (2017)
‘member yuji’에 실패한 너희 퀴클롭스들아, 너희가 ‘아무 것도 아닌 자’(우티스, outis)라 여긴 국민의 한 사람, 알라딘의 듣보잡 아무개가 너무나 답답하니 내란수괴 및 그 동조자들에게 고한다.
대통령을 참칭하는 윤 아무개의 대국민 담화는 알맹이 없이 자리를 보존하겠다는 다짐을 국민들에게 한 것이다. 이에 최치원 선생의 <역적 황소(黃巢)에게 보낸 격문>을 꺼내 소리 내 읽어본다.
고운(孤雲) 최치원은 857년에 출생한 신라 시대의 대표 문인이다. 당나라에 유학 가 빈공과에 합격하고 현실 정치에 참여했다. 시와 문(文)에 모두 능한 신라 시대의 대작가이며 유·불·선에 두루 통달했던 신라 말기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한다. 뜬금없이 천년도 더 된 시대의 문인을 떠올리게 된 것은, 이번 주 대한민국이 갑작스럽게 겪어야 했던 윤아무개의 내란 사건 때문이다.
이번 주의 상황을 보고 최치원의 글을 뽑아 현대적으로 번역한 책 《새벽에 홀로 깨어》가운데 포함된 <역적 황소(黃巢)에게 보낸 격문>이 생각났다. 예전에 이 글을 읽었을 때,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이 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었던 까닭이다. 서재 이웃 겨울호랑이님의 <카틸리나 탄핵문>의 문장들을 보고, 전기에 감전된 듯 최치원의 격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책에 소개된 ‘역적 황소(黃巢)’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자.
황소(黃巢)는 당나라 사람으로 농민 반란을 주도하여 장안에 정권을 세웠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한다. 세계사 시간에는 ‘황소의 난’으로 배웠던 바로 그 수괴를 가리킨다. 주석에 따르면 이 황소의 난은 거대한 당나라를 붕괴시킨 결정적 사건의 하나로 평가된다고 한다. 내란 수괴와 동조자들이 읽어야 할 글 <역적 황소(黃巢)에게 보낸 격문>에서 주말 아침에 눈을 비벼가며 가려 뽑은 문장들이다. 첫 문장을 시작으로 읽어 본다.
“광명(廣明) 2년(881) 7월 8일에 제도도통 검교태위 아무개가 황소에게 고한다. 올바름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기에 처해 변통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에 순응하여 성공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를 거슬러 실패한다. 그러므로 백 년 인생에 죽고 사는 일을 기약하기는 어려우나 모든 일이란 마음에 달려 있어 그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94)
“너는 본래 변방 촌사람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 감히 도리를 어지럽히고, 마침내 불측한 마음을 품고 천자의 자리를 노리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그 죄가 하늘에 닿아 반드시 패하여 도망갈 것이 분명하다.”(94)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력을 쥐고 몸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아, 호령이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치듯 요란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서린 듯 자욱하였지만, 잠시 동안 간악한 일을 도모하다가 결국엔 남김없이 섬멸되었다.”(95)
“사람의 일 중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나는 헛된 말을 하지 않으니 너는 잘 들어라. 근래 우리나라는 더러움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허물을 용서해 주는 은혜가 중하여 너에게 병권(兵權)을 주고 지방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거늘 너는 도리어 짐새의 독을 품고 올빼미의 흉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개가 사람을 물어뜯고 주인에게 짖는 격이다.”(95)
“천자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하는 은혜를 베푸셨거늘, 너는 나라에 그 받은 은혜를 배신하는 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느냐!”(96)
“한(漢)나라 궁궐이 어찌 네가 머물 곳이겠느냐! 장차 네가 어찌하려는 건지 모르겠구나!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에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못 넘기고, 소나기를 하루를 못 넘긴다’라고 하였으니, 천지자연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랴!”(96)
“너는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에 ‘하늘이 나쁜 사람을 놓아두는 것은 그에게 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 흉악함이 더 심해지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포악함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화가 가득하였는데도 위험함을 편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아올 줄을 모르니, 말하자면 제비가가 막(幕) 위에다 집을 지어 그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들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헤엄치지만 곧 삶아지는 것과 같은 셈이다.”(96)
“공공의 적을 토벌하는 일에 사적인 원한을 품어서는 안 되고, 길을 헤매는 이를 깨추이려면 정녕 바른말이라야 한다. 그러므로 내 이 한 장 격문을 날려 너의 위급함을 해결해 주려는 바이니, 너는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 기회를 보아 좋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지난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만약 땅을 떼어 받아 제후국을 열어 몸과 머리가 동강 나는 화를 피하고 공명을 세우고자 한다면 네 무리를 믿지 말아야 네 후손에게 영화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98)
“만일 미쳐서 날뛰는 너희 무리가 잠에 취해 깨어나지 못하고 수레바퀴에 항거하듯이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수레바퀴에 항거하듯이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대가 한 번 휘둘러 박멸함으로ㅆ 오합지졸 같은 너희 무리는 사방으로 흩어져 벌리 것이요, 네 몸뚱이는 도끼날에 잘려 나갈 것이과 네 뼈는 수레 밑에 깔린 가루가 될 것이요, 처자들은 잡혀 죽고 친척들은 베여 죽을 것이다.”(98)
“동탁(董卓)처럼 배를 불태울 때가 되어 후회한다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진퇴를 잘 생각하고 선악을 잘 분별하라. 국가를 배반하여 멸망하기보다는 귀순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다만 네가 바라는 바는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니 대장부가 할 바를 힘써 찾아 얼른 생각을 바꾸고 졸장부의 염려는 갖지 말기 바란다.
아무개가 고한다.”(99)
고운 최치원 선생이 1140여년 전에 역적 황소에게 보내는 이 격문은 이처럼 사회의 구성 이치와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성과 감성이 담긴 힘있는 문장들이다. 오늘 또다시 당신들의 'member yuji'에만 집착한 다면, 이번에는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 알라딘의 듣보잡 아무개가 고한다.
[1]
"광명(廣明) 2년(881) 7월 8일에 제도도통 검교태위 아무개가 황소에게 고한다. 올바름을 지키고 떳떳함을 행하는 것을 ‘도’(道)라 하고 위기에 처해 변통하는 것을 ‘권’(權)이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때에 순응하여 성공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치를 거슬러 실패한다. 그러므로 백 년 인생에 죽고 사는 일을 기약하기는 어려우나 모든 일이란 마음에 달려 있어 그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다."(94)
[2]
"너는 본래 변방 촌사람으로 갑자기 억센 도적이 되어 우연히 시세를 타 감히 도리를 어지럽히고, 마침내 불측한 마음을 품고 천자의 자리를 노리며 도성을 침노하고 궁궐을 더럽혔으니 이미 그 죄가 하늘에 닿아 반드시 패하여 도망갈 것이 분명하다."(94)
[3]
"그들은 모두 손에 막강한 병력을 쥐고 몸으로 중요한 직책을 맡아, 호령이 떨어지면 우레와 번개가 치듯 요란하고, 시끄럽게 떠들면 안개와 연기가 서린 듯 자욱하였지만, 잠시 동안 간악한 일을 도모하다가 결국엔 남김없이 섬멸되었다."(95)
[4]
"사람의 일 중에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나는 헛된 말을 하지 않으니 너는 잘 들어라. 근래 우리나라는 더러움을 용납하는 덕이 깊고, 허물을 용서해 주는 은혜가 중하여 너에게 병권(兵權)을 주고 지방을 다스리는 일을 맡겼거늘 너는 도리어 짐새의 독을 품고 올빼미의 흉한 소리를 거두지 아니하여, 개가 사람을 물어뜯고 주인에게 짖는 격이다."(95)
[5]
"천자께서는 너에게 죄를 용서하는 은혜를 베푸셨거늘, 너는 나라에 그 받은 은혜를 배신하는 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찌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느냐!"(96)
[6]
"한(漢)나라 궁궐이 어찌 네가 머물 곳이겠느냐! 장차 네가 어찌하려는 건지 모르겠구나!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도덕경>에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못 넘기고, 소나기를 하루를 못 넘긴다’라고 하였으니, 천지자연도 오히려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사람이랴!"(96)
[7]
"너는 또 듣지 못하였느냐? <춘추전>에 ‘하늘이 나쁜 사람을 놓아두는 것은 그에게 복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 흉악함이 더 심해지기를 기다려 벌을 내리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너는 간사함을 감추고 포악함을 숨겨서 악이 쌓이고 화가 가득하였는데도 위험함을 편히 여기고 미혹되어 돌아올 줄을 모르니, 말하자면 제비가가 막(幕) 위에다 집을 지어 그 막이 불타오르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들고, 물고기가 솥 속에서 헤엄치지만 곧 삶아지는 것과 같은 셈이다."(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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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을 토벌하는 일에 사적인 원한을 품어서는 안 되고, 길을 헤매는 이를 깨추이려면 정녕 바른말이라야 한다. 그러므로 내 이 한 장 격문을 날려 너의 위급함을 해결해 주려는 바이니, 너는 고집을 부리지 말고 일찍 기회를 보아 좋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지난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 만약 땅을 떼어 받아 제후국을 열어 몸과 머리가 동강 나는 화를 피하고 공명을 세우고자 한다면 네 무리를 믿지 말아야 네 후손에게 영화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98)
[9]
"만일 미쳐서 날뛰는 너희 무리가 잠에 취해 깨어나지 못하고 수레바퀴에 항거하듯이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수레바퀴에 항거하듯이 고집만 부리다가는 곰을 치고 표범을 잡는 우리 군대가 한 번 휘둘러 박멸함으로ㅆ 오합지졸 같은 너희 무리는 사방으로 흩어져 벌리 것이요, 네 몸뚱이는 도끼날에 잘려 나갈 것이과 네 뼈는 수레 밑에 깔린 가루가 될 것이요, 처자들은 잡혀 죽고 친척들은 베여 죽을 것이다."(98)
[10]
"동탁(董卓)처럼 배를 불태울 때가 되어 후회한다면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진퇴를 잘 생각하고 선악을 잘 분별하라. 국가를 배반하여 멸망하기보다는 귀순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다만 네가 바라는 바는 반드시 이루게 될 것이니 대장부가 할 바를 힘써 찾아 얼른 생각을 바꾸고 졸장부의 염려는 갖지 말기 바란다.
아무개가 고한다."(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