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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날서가
  • 소마
  • 채사장
  • 13,500원 (10%750)
  • 2021-12-24
  • : 2,216
 소설을 읽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주제는 무엇인지,
 인물은 매력적인지,
 배경과 사건은 치밀하게 구성되어 결말을 향해 통합적으로 나아가는지.
 거기다 첫 소설이라면. 작가의 주제의식이 작가 자신에게 얼마나 간절한지, 또 그렇게 간절하게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것이 독자인 나에게는 얼마나 와 닿는지 촘촘히 살펴볼 수밖에. 

  그런 점에서 소설 소마를 만나면서 '채사장'이라는 인물을 별개로 둘 수 없다. 그가 해 왔던 활동 - 팟캐스트 지대넓얕, 집필활동, 강연활동, 유튜브까지 그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일관되게 내내 독자를 향해 던졌던 질문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무엇인가? 세계는 무엇인가? 나와 세계의 관계는 어떠한가?"

  이전의 저작들에서 채사장은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발견하기 위해 철학, 역사, 종교를 훑어왔다. 여러 지혜로운 이야기들이 그를 통과하여 대중들에게 전해졌고, 그 과정만으로도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았다. 지대넓얕 0에서 나와 세계가 하나라는 거대한 합일의 신비를 정리했고, 그 결론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어느 정도 담아낸 것 같다고, 당분간 집필할 계획이 없다고 했었던 그가 올해 소설을 출간했다는 것은 다른 현자들의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는, 온전한 자기의 목소리만으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려는 욕망을 만났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을 담아낼 새로운 그릇으로서 소설이라는 장르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전적이지만 너무 날 것 그대로이지는 않게,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말할 수 있는 어떤 원형을 중심으로 씌여진 이야기, 소마. 그가 소설을 위해 추려낸 시대와 인물들을 살펴보고 있으면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일것이다. 융이 말하는 신화의 원형들 - 자아,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 현자와 대모, 영원한 소년과 소녀, 영웅, 트릭스터... 같은 다수의 캐릭터들이 소마의 여러 페르소나로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소마뿐만 아니라 아서왕 이야기든, 왕좌의 게임이든, 서양 중세를 배경으로 한 환타지 컨텐츠라면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소설 소마가 갖는 차별성은 이 여러 역할을 꿰뚫는 중심 서사로 소마와 신의 관계, 그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소마 내면의 변화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서양 중세 판타지가 비범한 영웅의 현세적 승리를 대표적으로 그리면서 지속적 팽창과 상승의 상태에서 결말을 맞는데 비해 소마의 경우 영웅 서사임에도 보통사람들처럼 인간으로서 갖는 유한성에 무게를 두고 결말을 맺는다. 이야기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소마의 삶 안에서 순환의 리듬을 가지고 나선형으로 확장하고, 소마의 삶 전체를 하나로 볼 때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태초의 상태로 회귀하여 새로운 탄생을 맞이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판타지에서는 주인공 영웅의 유산을 통해 후대가 누리는 것이 있고, 그래서 주인공 영웅을 칭송하고 영웅을 기억하는 것이 목적이라 말한다. 반면 소설 소마는 주인공의 현세적 성취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보여주면서 그가 삶의 고비 고비 마다 이룩한 것을 덜어내고, 무너뜨린다. 처절할 정도로. 그러한 좌절은 시험도 아니고, 장치도 아니다. 모든 껍질을 덜어내고 존재의 가장 본질만 남은 소마. 여행하는 영혼으로서 꿈처럼 한 세계를 살아내며 그 세계 안에서 베푼 것은 돌려 받고, 빚진 것은 갚기 위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생을 붙잡았던 소마에게 죽음은 해탈과 같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이다. 이원론적 세계관을 부수고 세계와 자아가 하나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수동적인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장 원초적이고 생명력 가득한 에너지로 삶을 선택하는, 영겁의 시간을 걷는 존재, 소마. 작고 작으면서도 이렇게 거대한 존재인 인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연민과 경이가 함께하는 인물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른 시대,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소마들이 우리 곁에 함께 있다. 알아보지 못한 많은 영웅들을 밝은 눈으로 찾으며 살아가야겠다. 물론 나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아버지는 밤새 신을 태웠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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