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멀리 내다볼 수 있게.
천재늘보씨 2021/11/14 22:42
천재늘보씨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전자책]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심채경
- 11,000원 (
550) - 2021-02-22
: 2,007
내게 천문학은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낭만적인 학문의 이미지였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구매 할 때만 해도 이런 이야기가 잔뜩 들어 있겠지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천문학자는 커다란 망원경으로 매일 밤 별을 보지 않았다. 매일 밤 그래프를 그리며 코딩을 했다. 책의 저자인 심채경 박사님은 천문학자의 현실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대학에서 학생으로서 강사로서, 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엄마로서,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이야기를 읽는 건 정말이지 행운이다. 게다가 이 책은 재밌기까지 하다! '초록별 지구'라는 단어를 보고 지구는 별이 아니라 행성이라 지적했다가 '이래서 이과생은 안 된다'며 의절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나 어린왕자가 자신의 소행성에서 노을지는 것을 계속 보기 위해 의자를 옮기는 장면을 읽으며 의자를 당겨야 한다는 걸 연상한다는 이야기, 외국 학회에서 한국에 행성 과학자가 몇 명이냐는 질문에 원래 세 명인데 다 지금 여기 학회가 있어서 지금은 한 명도 없다 대답했다는 이야기 등을 읽으며 엄청 웃었다. 과학자의 에세이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다니 내게는 기분 좋은 충격이었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거대한 우주 안에서 인간은 먼지만도 못한 존재인데, 그 기껏해야 백 년 사는 조그만 먼지들이 밤하늘과 우주를 궁금해해서 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인간을 우주로, 달로 보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웅장해지고 어쩐지 뭉클해진다. 심채경 박사님의 글대로 나 또한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을.
최근 대한민국이 쏘아 올린 누리호를 생각했다. 오직 우리나라의 기술로 가능하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고 벅차다. 내가 모르는 동안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 그 외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었구나. 인류가 다음으로 할 일이 궁금해진다. 뭘 쏘아올릴지, 어디로 가게 될지. 우주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졌다. 남은 수명 동안 내 세계를 확장 시켜야지. 아주 멀리 내다볼 수 있게.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