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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에게 다가온 러시아 발레
  •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러시아.유라시아 연구사업단
  • 22,500원 (10%1,250)
  • 2021-03-23
  • : 138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가서 큰 맘 먹고 마린스키 극장의 호두까기 인형 발레를 관람했다.

예매하기도 어려워 큰 기대를 갖고 갔건만 쉬는 시간에 나와 버리고 말았다.

아, 정말 어쩌면 그렇게도 지루할까.

좋은 좌석에 앉아서 꽤 가까이 봤음에도 몸짓으로만 표현하는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감동이 없었다.

뉴욕에 갔을 때도 오페라는 물론 뮤지컬도 전부 졸아 버렸던지라 역시 난 공연 예술은 안 되는구나 체념하게 됐다.

하긴 생각해 보니 영화 보면서도 조금만 지루하면 바로 자버리긴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은, 표지도 너무 아름답지만 아빠가 발레에 관심이 생겨 자주 얘기했기 때문이다.

동호회에서 같이 발레 영상을 감상하고 해설을 듣는다는데 너무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것이다.

비록 감상은 어렵지만 도대체 발레란 어떤 예술인가, 특히 러시아 발레의 특성은 뭘까 궁금증이 생겨 읽게 됐다.

사실 이 책도 모르는 내용이 많아 지루하긴 했다.

다만 발레가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프랑스로 넘어와 러시아에서 꽃피우게 된 과정, 그리고 21세기에도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발하게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 러시아 발레의 강점은 흥미롭게 읽었다.

발레는 언어가 아닌 몸짓으로 이야기하는 예술이라는 정의가 인상적이다.

말이 아닌 몸으로 하는 대화!

거기에 아름다운 음악이 입혀지고 무대 예술까지 곁들어지면 확실히 종합예술이 되는 듯하다.

발레의 안무는 직접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만든다는 점도 특이했다.

형식이 있는 고전 발레만 있는 게 아니라 역동적이고 개성적인 현대 발레도 많이 창작되고 있다니 한 번 관람해 보고 싶다.

안무를 바꿔 새로운 버전으로 공연을 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같은 내용을 다양한 버전으로 보는 즐거움이 있을 듯 하다.

우리나라의 판소리처럼 국가의 지원이 있어야 유지하는 예술 장르가 아니고, 관객들의 관람료로 자생할 수 있는 현대성이 더욱 마음에 든다.

소련으로 바뀐 후 사실성을 중시하여 환상적인 요소를 전부 삭제시키는 등 예술의 침체가 있었으나 그 안에서도 계속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러시아 발레의 저력이 대단하다.


<인상깊은 구절>

132p

<불새>의 유례없는 성공은 비단 전통의 가공을 통해서만 가능하지 않았다. <불새>의 '러시아적인 것'은 현대적이고 세련되게 재창조된 러시아성이었다. 댜길레프는 "유럽화된 러시아 예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세련되고 코스모폴리탄적인 고급 취향으로 바꾸는데 적극적이었다." 즉, <불새>의 러시아성은 러시아의 토속성 자체가 아니라 "세련되게 수정된 민족성"이었다. '러시아적'인 발레 <불새>의 성공은 유럽적 형식을 발레뤼스가 완벽히 구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류>

131p

러시아의 고대 국가 키예프 루스가 9세기 후반 기독교를 수용한 이래

-> 러시아가 기독교를 수용한 해는 989년이므로 10세기 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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