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다소 진부하지만 내용은 신선하고 흥미롭다.
중국 여행에 대한 관심이 확 생기게 하는 책.
중국 문화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쓴 여행기라 그런지 인문학적 관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여행기를 읽을 때마다 어설픈 사진들이 늘 아쉬웠는데, 이 책은 전부 셔터스톡 같은 판매 이미지를 이용해 사진이 시원시원해 너무 좋았다.
또 한 사람이 쓴 여행기는 유홍준씨 같은 전문적인 필자가 아닌 이상 인문학적 정보를 많이 주기 어려운데 다양한 사람들이 여러 지역을 소개하는 형식이라 지루하지 않고 각자 관점이 다른 점도 흥미롭다.
이 모임에 출간했다는 <중화미각>도 읽어 봐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중국 역사라 그런지 현대 중국사나 문화 부분에는 무지하고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20세기 중국에 대해서도 흥미가 생겼다.
특히 대만의 2.28 사건 같은 경우는 대만의 역사와 더불어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주제이다.
여행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책을 읽으면서도 새삼 느낀다.
대만과 베이징 여행을 안 다녀왔다면 책 읽을 때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도 다 여행 덕분인 듯 하다.
영화 <호우시절>에서 보여 준 영상미에 반해 두보초당이 있는 쓰촨에도 가 보고 싶고 포탈라궁이 있는 라싸, 둔황석굴, 푸젠성의 토루, 쑤저우와 항저우의 원림 등은 정말 꼭 보고 싶다.
명승은 30%의 실제와 70%의 역사적 상상이 더해져 인문학적 의미가 부여된다는 말에 너무 공감이 간다.
단지 자연풍경과 건축물의 장대함을 보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인간의 역사와 문화가 더해져 비로소 가보고 싶은 훌륭한 명승이 되는 것이다.
쑤저우나 항저우 등 강남은 원림도 그렇고 운하가 흐르는 물의 도시 같다.
중국이 서양처럼 밖으로 나가지 않은 이유가 강남과 황하를 이어주는 경강운하 덕분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유명한 황학루 사진이 너무 멋지고 높이가 대단하다 싶었는데 1985년에 중건한 것이고 그나마 운하 때문에 본래 위치에서 옮겨져 지어졌다고 한다.
어쩐지 3세기에 지어졌다는 건물이 너무 웅장하더라 싶었다.
이런 식의 문화재 중건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서도 이렇게라도 멋지게 재탄생하여 랜드마크가 되면 역사적 의의를 계속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 실용적인 생각도 든다.
21세기의 패권국가 중국은 너무 싫지만, 장구한 역사와 문화는 정말로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라 빠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