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바나 다카시씨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그는 한 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였습니다. 그는 저널리스트입니다. 어떤 분야든지 취재하려고 하면 그 분야에 대한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합니다. 심층 취재의 달인입니다.
이 책은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분자생물학자 도네가와 스스무를 인터뷰한 책입니다. 역시나 미리 전문 지식을 습득해서 좋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다치바나 다카시씨가 참 놀라웠습니다. 덕분에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도네가와 스스무의 업적은 '항체의 다양성 생성의 유전학적 원리 해명' 입니다. 누군가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연구라고 했습니다. '노바디' 였던 그는 이 연구로 단숨에 유명인사가 됩니다. 그의 연구 여정이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창의성은 연결에서 나옵니다. 도네가와 스스무는 분자생물학자였습니다. 운좋게 최고의 면역학 연구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운도 따랐지만 충분한 실력이 갖춰졌기에 그 운과 기회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운과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면역학 연구에 분자생물학적 방법론을 적용해서 당시 가장 중요했던 연구를 해명했습니다. 인체는 수없이 많은 항원에 대해 그에 꼭 맞는 항체를 만들어서 대응합니다. 자물쇠와 열쇠 관계와 같습니다. 인체는 어떻게 수많은 항체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모든 항체에 대한 유전정보가 DNA에 기록되어 있는 것일까요?(생식세포계열설) 아니면 개체가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일까요?(체세포변이설)
다시 비유하자면 DNA에 수없이 많은 열쇠에 대한 제조법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 개체가 자물쇠에 대응하여 그 때 그 때 그에 알맞는 열쇠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뭐 지금은 상식으로 면역세포가 수많은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를 새로 만들어낸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 당시는 DNA에 항체에 대한 유전정보가 있다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도네가와 스스무는 생식세포계열설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체세포변이설을 지지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것이 과학의 재밌는 점입니다. 이럴 때 과학자는 흥분합니다. '어라? 이거 재밌는 결과인걸?' 과학은 유레카의 순간보다 이런 순간들로 이루어집니다.
도네가와 스스무의 인생여정과 그의 삶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과학자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영감을 받을만한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저는 무슨 책을 읽든 자기계발서적인 부분을 끌어내는 성향이 있습니다. 책을 읽던 초기에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고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아무튼 도네가와 박사님은 보고 배울 점들이 참 많은 분이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다치바나 다카시씨와 도네가와 스스무씨의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나옵니다. 도네가와 스스무씨는 우리의 정신 현상도 모두 뇌의 물질적인 현상의 발현이라 봅니다. 유물론적 해석입니다. 하지만 다치바나 다카시씨는 그 의견에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합니다. 과학적인 부분에서도 학식이 깊은 다카시씨였지만 임사체험에도 관심이 있고 그에 대한 책까지 썼던 이력이 있습니다. 저도 한 때는 물질적인 것 외에 내새같은 정신적인 세계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그에 대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쪽으로 바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씨는 이에 대해 말년에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