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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근무한 한 남자의 에세이다. 그의 예술론이 공감이 많이 갔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나의 반응은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서 퍼덕이듯 내 안에 갇혀 있었다. -p30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 퍼덕인다는 표현이 참 좋았다.



 이제 곧 말을 못 하게 될 거야. 하지만 행복해.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지. 가족, 크리스타를 잘 돌봐줘. 수학을 끝내지 못한 건 후회가 돼. 포기하지는 않을 거야. 넌 걱정 안 해. 훌륭한 녀석. 사랑해. 나도 괜찮은 사람으로 산 거 같아. 잠들었는데 그사이에 누가 비디오를 대여점에 돌려줘버렸어. 누구나 고통을 겪지, 내 차례야. 누구나 죽어, 내 차례고. 고통을 피하는 약을 먹고 싶기도 하고 먹고 싶지 않기도 해. 죽는 건 상관없어. 다만 고통을 겪고 싶진 않아. 모두들 늙어가는 걸 보고 싶은데... 크리스타를 행복하게 해줘. 행복한 추억이 많아. 너랑 이야기한 것도 좋은 추억이야. 영화를 보다 잠이 들었는데 다 끝내지 않은 비디오를 누군가 돌려줘버린 느낌이야. -p62 


 저자의 형이 죽기 전 동생에게 작별 인사한 것을 저자가 쓴 글이다. 형은 수학 천재였다. 20대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책 속 정보는 이집트에 관한 지식을 진일보시켰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이집트의 파편을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나를 멈추게 한다. 이것이 예술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우리는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그다음으로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 예술은 어느 주제에 관해 몇 가지 요점을 아는 것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세상을 경멸하는 것처럼 보인다. 요점이야말로 예술이 절대 내놓지 않는 것이다. 예술 작품은 말로 단번에 요약하기에 너무 거대한 동시에 아주 내밀한 것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침묵을 지킴으로써 그런 것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p87


 예술은 유머와 비슷한 거 같다. 요약하고 요점을 설명하는 순간 유머는 유머가 아니게 되듯이. 순간의 공명, 느낌이다.


 

 하루가 끝난 후 86번가에서 지하철을 탄 나는 우물처럼 샘솟는 연민의 마음으로 동승자들을 둘러본다. 평범한 날이면 낯선 사람들을 힐끗 보며 그들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사실을 잊어버리기 일쑤다. 그들이 나만큼이나 실존적이고 승리하고 또 고통받았으며 나처럼 힘들고 풍요롭고 짧은 삶에 몰두해 있다는 사실을. -p153 


 나도 예술에 관한 책을 본 후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란 책이었다. 마치 예전에는 몰랐다는 듯이 주위에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들고 고통받았고 슬퍼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 때 세상이 조금 달라보였다.
















 가끔 나는 어느 쪽이 더 눈부시고 놀라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 -p166


 멋진 문장이었다.



 


 

 













 저자와 함께 근무한 경비원 중 조셉이란 인물이 있었다. 상당히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그는 역사광이라고 한다. 빌 오라일리와 하워드 진의 저작들을 열광적으로 읽는다고 한다. 빌 오라일리는 검색해도 안나온다. 하워드 진의 책을 읽어보고 싶다.



 아래는 반 고흐의 친구가 쓴 글이다. 역시 반 고흐 너무 좋다. 반 고흐는 렘브란트의 <유대인 신부> 앞에 하염없이 서 있었다고 한다. 


 그를 그 자리에서 떼어낼 방법이 없었다. 그는 그냥 그곳에 가서 편히 자리를 잡고 앉았고 나는 다른 작품들을 둘러보러 갔다. "다 보고 와. 나는 여기 계속 있을게." 그가 말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내가 돌아가서 이제 다른 곳으로 좀 움직이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묻자 그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믿을 수 있겠어? 진심에서 하는 말인데 여기, 이 그림 앞에서 말라빠진 빵 한 조각이나 먹으면서 2주일 정도 앉아 있을 수만 있으면 내 명을 10년은 단축해도 좋을 것 같아." 그러다가 마침내 그가 일어섰다. "하는 수 없지." 그가 말했다. "여기 영원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잖아. 그렇지?" -p315 



 메트에서 애정하는 작품이 어떤 것인지, 배울 점이 있는 작품은 무엇인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가 될 작품은 또 어느 것인지 살핀 다음 무엇인가를 품고 바깥세상으로 나아가십시오. 그렇게 품고 나간 것은 기존의 생각에 쉽게 들어맞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마음에 남아 당신을 조금 변화시킬 것입니다. -p323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준다. 그리고 이곳 메트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지고, 대리석에 새겨지고, 퀼트로 바느질된 그 증거물들이 있다. -p324


 


 오랜만에 미술, 예술에 관한 좋은 책을 읽었다. 저자는 10년간의 미술관 경비원 일을 마치고 도보 여행 가이드일을 했다 지금은 연극을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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