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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 작가가 쓴 이야기다. 히틀러의 음식에 독이 있는지 먹었던 여자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나는 1차 세계대전 후에 우리가 겪은 일을 기억해. (중략) 우리 국민이 너무 순진해서 그런 수모를 겪었던 거야. 이제는 강해져야 할 때가 왔고. 그러니 나도 내 의무를 다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비록 그 때문에 당신과 멀어져야 할지라도. 하지만 지금은 내 생각이 옳았는지 잘 모르겠어. -p57 


 이 책의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다. 아마 당시 대다수의 독일 국민은 위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의 모든 독일국민들을 가해자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중략), 이목구비가 다소 밋밋하고 커다란 가슴과 엉덩이를 갈색 코트와 폭이 넓은 치마로 꽉 조인 여자 이름은 하이케였다. -p67 


 이 부분을 읽으면서 최근 독서모임에서 만난 분 생각이 났다. 서머싯 몸의 <면도날>에서 여성의 신체부위 묘사가 나온다. 가슴 크기에 대한 묘사가 나왔다. 그 분은 남성적 시선을 굉장히 불편해하시고 분개했다. 이 소설에도 여자 가슴크기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소설가는 여자이다. 그 분은 이 부분에서 똑같이 불편하셨을까? 공교롭게도 이번 독서모임에서 같은 조였지만 이 부분에 대해 불쾌하다는 말씀은 없으셨다. 



 "러시아가 춥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두 사람밖에 없어." 그레고어가 편지에 썼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나폴레옹이지." 그는 조심하느라 다른 한 명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따. -p98 


 나머지 한 명은 히틀러다. 나폴레옹은 러시아로 진격하다 추운 겨울을 맞이하여 혹독한 패배를 맞보았다.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치글러뿐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따., 그는 내게 엘프리데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도망가면 더 위험하다고 그가 말했다. 나는 그를 믿어야 한다. -p331 

 

 나는 이 부분에서 주인공 로자가 상당히 아쉬웠다. 치글러는 믿을맏한 인물이 아니다. 사랑에 눈이 멀어 혹은 괜찮다고 믿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엘프리데에게 사실을 알리고 도망가도록 도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느릿느릿 일어났다. 치글러의 옆을 지나는 순간 그가 말했다. "어쩔 수 없었어." -p343 


 영화 <어쩔수가없다>가 생각났다. "어쩔 수가 없다." 라는 말은 어쩌면 대부분 변명이나 자기 합리화가 아닐까? 나를 위해 어쩔 수가 없지, 상대방을 위해 어쩔 수가 없진 않을거다.



 나는 내 피를 보지 않으려고 엘프리데의 검붉은 피를 바라봤었다. 다른 사람 피를 보는 건 괜찮아? 엘프리데가 내게 물었었다. -p402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문장, 장면이 아닌가 싶었다. 소설은 처음 로자와 엘프리데의 만남으로 시작하고 그 것을 추억하며 끝난다. 로자와 엘프리데는 대비되는 인물이다. 생존, 안위를 위해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로자와 생존, 안위보다 신념, 정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엘프리데. 전자는 살아남았고 후자는 죽었다. 저자는 이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 아닐까? 


 대부분은 로자와 같이 행동할 것이다. 나치 독일의 환경에서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유대인 탈출을 도운 쉰들러 리스트, 히틀러 암살을 시도한 슈타우펜베르크가 있었다. 유대인을 숨겨준 독일인들이 있었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 이것이 아니었을까? 로자가 전쟁 후에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불행하게 독신으로 산 것 비겁하게 살아남은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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