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 위대한 소설, 위대한 소설가를 만났습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예전에도 2번 정도 도전했었는데 초반부를 못 넘겼습니다. 톨스토이는 나와 인연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러다 올 상반기에 독서모임에 <안나 카레니나>가 선정되어 다시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처음부터 재밌고 몰입이 잘 되더군요. 인생 최고의 책을 만난 거 같았습니다. 심리 묘사와 비유가 놀랄만큼 좋더군요. 아, 이래서 톨스토이 톨스토이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톨스토이의 진가를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주변에서 <전쟁과 평화>를 재밌게 읽고 있는 분이 계셨습니다. 안 그래도 읽고 싶었던 책이라 독서모임에 선정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강제성이 어느정도 있고 다른 분들과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게 더 재밌을 거 같았습니다.
4권에 이르는 대작이다보니 초반부는 등장인물도 많고 서서히 빌드업이 쌓이다보니 다소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전 톨스토이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중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이갸기, 연애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재밌었습니다. 전쟁에 대해 이렇게 세세한 묘사가 들어간 작품은 처음 보는 거 같습니다. 전쟁이란 정말 이럴까 의문이 들면서도 분명 이럴꺼야 하고 설득이 되더군요.
<1917>인가 하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초반에 보다 말았지만, 거기에서도 어린 독일병사의 시점에서 전쟁이 그려집니다. 처음에 전쟁에 나갈 때는 친구들과 함께 나가기도 하고 흥분과 유쾌함이 있습니다. 나가서 적들을 죽이겠다든지 공을 세우겠다든지 뭐 그런 어린 나이에 부릴 수 있는 치기같은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전쟁의 참혹함을 겪으면 생각이 180도 달라집니다. <전쟁과 평화>도 그렇습니다. 전쟁 전에는 흥분과 설렘, 유쾌하고 쾌활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하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혼비백산, 공포와 두려움, 고통, 허무함이 전쟁터를 뒤덮습니다.
특히나 전쟁 중에 죽어가는 사람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죽기 전에 땅에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저렇게 하늘은 맑고 푸르고 높고 평화로운데, 고향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게 머지? 이게 다인가? 이게 죽음인가? 하는 허무함만이 가득찰 것입니다.
2, 3권을 읽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 재밌어 진다고 하더군요. 2권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가 됩니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미래가 궁금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