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문장이 전부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씨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문장이라고 말했다. 나는 의아했다. 인물이나 사건이나 뭐 그런 것들이 더 중요한 거 아닌가? 요즘들어 점점 하루키씨의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결국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는 수단은 문장 뿐이다. 인물묘사, 스토리 전개 등 결국 문장으로 이루어진다. 문장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은 문장으로 귀결된다.
<안나 카레니나>의 문장은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어쩜 저렇게 찰떡같은 비유를 하는지. 인물의 세밀한 심리, 행동을 어떻게 저렇게 잘 포착해서 묘사하는지.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독서였다.
요즘 작가들은 왜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처럼 인물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지 않는 걸까?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일까?
도스토옙스키에게서 느꼈던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아무튼 인물의 심리를 묘사하는 솜씨는 일품이었다.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시기 좋은 소설을 읽고 싶었다. <안나 카레니나>가 어딘지 기억 안나는데 역대 소설 베스트 1위에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부푼 기대감에 책을 3권을 한 꺼번에 구입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책을 100p 전후로 읽었는데 전혀 흥미,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하며 방치하던 책이었다.
이번에 독서모임 도서로 선정되어서 이 참에 다시 도전해봐야지 하고 책을 펼쳤다. 왠 걸? 이번에는 처음부터 너무나 재밌었다. 몰입이 잘 됐다. 좋은 문장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이 책을 읽을 경험도 내공도 부족했던 거 같다. 좋은 문장을 알아보고 즐길 수 있는 안목이 없었다.
예술은 시대를 초월한다. 최고의 작가, 최고의 소설이다. 고전을 즐기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