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미야자와 겐지의 영결의 아침 시구에서 따온 제목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남편을 잃은 74세 모모코씨의 오롯한 독백에서 시작된다. 고독한 개인의 내면을 자유롭고 감각적인 문체로 풀어낸 이 소설의 비범함은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오르는 여러 목소리들을 놓치지 않고 표준어가 아닌 사투리로 잡아 냈다는 것이다. 형식의 구애 없이 고정된 시점에서 탈피하여 홀로 남겨진 고독의 아픔을 가슴 절절하게,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결의는 통쾌하게 다가온다.
실제 와카타케 치사코 작가는 모모코 씨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주부였다. 남편의 사별을 계기로 55세부터 소설 강좌를 들었으며 8년 후에 이 소설을 발표했고 2017년 제54회 문예상을 최 연장의 나이인 63세에 수상했다. 게다가 올해 2018년 제158회 아쿠타카와 상까지 수상하며 세상에 이런 일이, 또 한번 인생 역전을 알렸다. 이례적인 작가 데뷔는 물론 24일 만에 50만 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 이 소설의 묘미는 무엇일까.
마치 의식의 흐름 기법처럼 물 흐르듯이 자유롭게 풀어낸 문장 속에서 고독과 인생에 관한 아포리즘들이 툭툭 튀어나올 때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모코 씨는 일상 어디에서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할머니들 중에 한 명이다. (소설이 시작 단계에서 모모코 씨가 어디 아픈 것은 아닌지, 혹은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 아닌지 의심부터 하게 된다. 여러 생각과 대화들이 정신없이 오고 가기 때문이다) 그토록 사랑하는 남편 슈조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지만 남편이 갑작스럽게 죽고 나자 모모코 씨는 홀로 이 세상에 남겨진다. 남편이 떠난 후, 갑자기 터져 나온 수많은 목소리들, 가장 깊은 본연의 욕망과 사회에서 요구받는 욕망, 개인으로서의 여성과 가정 안에서의 역할, 사회에서 주어진 여성의 순종적인 위치에서 과연 내가 누구인가를 반추해가는 과정을 스스럼 없이 솔직하게 꾸밈없이 풀어냈다.
우리 모두 늙음에 관해 아직 먼 미래의 일처럼 여기며 마주보려 하지 않는다. 그 끝 갈데 없는 고독과 외로움과 맞설 용기가 부족하다. 무지로 점철된 낙관주의자가 되어 손 놓고 포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모코 씨의 정신은 어느 젊음 못지 않게 자유롭다. 그녀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한 사유를 놓치지 않는다. 고독을 외면하거나 도망치지 않는다. 슬픔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몰아세우지도 않는다. 자유롭게,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내면으로 흘러 들어오는 목소리는 그래서 표준어일 수가 없다. 도호쿠 출신의 모모코 씨는 숨길 수 없는 정체성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붙어 있는 언너와 자기 안의 융모 돌기로 빼곡하게 이루어진 감각과 사고는 수많은 대화로 넘쳐흐르고, 우리는 그녀에게 서서히 동화되어 간다.
아직 늦지 않았다. 시작할 수 있다. 모모코 씨처럼 우리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면 결코 혼자가 아닐 것이다. 각자의 길을 가며 모두가 서로 지켜봐 주는 따뜻한 시선에서 결국 우리 모두 함께라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나의 인생을 도맡고 내맡기며 대등하게 위치하는 너와 나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의 숨은 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