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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화산님의 서재
#2.

이 책이 출간된 지 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두루 읽히고 사랑받는 이유는 과장되거나 감상적인 산문의 넋두리를 뛰어넘어 자신의 가족과 내면세계를 솔직담백하게 보여주는 작가의 소탈함에도 있겠고, 약한 자에 대한 동정과 연민, 사랑이 담겨있는 작가의 시각과, 당대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집요한 해부와 흐트러지지 않는 비판정신에도 있겠다. 또한 냉혹한 작가 특유의 문체에도 있겠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매력은 전편에 흐르는 풍속화적 특성 때문이 아닐까. 김득신이나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를 보고 매료되는 이유는, 그림이 담고 있는 내용이 이상적이고 낭만적이어서도 아니고, 색체가 곱고 화려해서도 아니다. 그 당시 사람들이 이렇게 살았구나, 를 안 느낄 수가 없는 사실적 묘사와, 대상을 바라보는 화가의 냉정하면서도 재기와 해학이 넘치는 시각이 풍속화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거 아닌가. 영상으로 남아있지 않은 조선시대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이들 풍속화가들이 아니었으면 우리가 어찌 짐작이라도 제대로 해볼 수 있었겠는가.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풍속화로 비유할 있는 이유와 박완서를 풍속화가로 비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쩌면, 기억하고 싶거나 되돌아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70년대이지만, 우리의 과거를 한 번 돌아보고 현재 우리 사회에 시한폭탄처럼 장책돼 있는 위험요소가 뭔지를 파악해보는 데에 이 책은 중요한 길잡이가 될 수도 있겠다. 또 정확한 기억으로 묘사한 <내가 잃은 동산> 이나 아들의 죽음을 애통해하면서 쓴 <내가 걸어온 길> 같은 작품도 이 책을 읽을 때 빼놓아서는 안 될 작품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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