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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단지 공작소
  • 버지스 형제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16,650원 (10%920)
  • 2017-11-20
  • : 2,169

참 애쓰는구나


책을 읽으면서 혼자 중얼거린게 몇 번일까

밥을 보면서 짐을 보면서 그리고 수전과 잭의 이야기를 보면서 중얼거린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 자기만의 맥락이 있다.

우리는 타인을 잘 모른다.

잘 모를 뿐 아니라  나와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나는, 혹은 우리는 타인이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냥 타인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대하다. 

어쩌면 내 가족에 대해, 내 이웃에 대해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짐과 밥과 수전이 어린 시절 겪었던 사건

이미 50이 훌쩍 넘은 지금은 다 정리되고 잊혔거나. 들쑤지 않으려고 하는 그 사건이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올라오고 다시 거론된다. 

소말리족이라는 타인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가족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

타인에게는 관대할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는 엄격할 수 밖에 없는 마음

가까운 사람은 무조건 맞다고 믿고 싶은데 모르는 사람은 두렵고 무섭고 거부하고 싶은 마음

그런 복잡하고 모순된 마음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다.

버지스네 아이들 (이미 늙었지만) 뿐 아니라 그들을 알고 있는 그들과 엮인 사람들

헬렌과 팸과 기타 등등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고 나름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정말 애쓰고 있구나


밥은 오랫동안 죄의식으로 살아왔다.

그 마음이 누가 무슨 말을 하건 무심하게 흘리거나 모른 척 하거나 모두에게 관대해 지는 그의 성정을 형성했을 것이다.

수전은 알듯 모를 듯한 엄마의 차별이나 엄격함을 견뎠다. 냉정하고 불완전한 가족사이에서 성장해서 비슷한 배우자를 만나서 함께 외로웠다가 헤어졌다.

짐은 자신이 간직한 비밀을 안에 넣어두고  장남다운 책임감을 함께 짊어지고 있었음에도 아무도 몰랐다.

그리고 누군가의 시선에서는 부자집에서 자라  자기밖에 모를 거라 생각하는 헬렌도 팸도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애쓰고 있다.


이야기를 읽어갈 수록 선명해지는 건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잘 모르는 것 투성인데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잘 안다고 믿어버리고 그렇게 행동하는 무섭고 폭력적인 행동을 할 때가 있다.


이야기는 두가지 줄기가 있고 그 줄기가 어느 순간 얽히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개인의 문제와 겹쳐진다.

낯선 타인인 소말리족에 대한 두려움 

우리 커뮤니티가 타인들에게 점령되고 성격이 바뀌고 어쩌면 주인이었던 백인들이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두려움은 이방인을 괴물로 보게 만든다.

소말리족 역시 인간으로 겪지 말아야 할 경험들을 겪고 지역에서 떠나야 하고 쫒겨난 이후 자리잡은 곳에서 사방이 적이고 안심할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두 마음이 부딪치면서 그냥 내가 익숙하고 내가 안전한 틀고 세상을 바라보고 두려움을 느끼고 분노를 느끼고 상대를 공격했다.

그러나 천천히 상대를 바라보는 것.,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편견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는 일이 필요했다.

잭이 법정에서 손을 떨고 실수를 하고 말을 더듬는 그 행위를 어쩌면  고도의 연기라고 한 겹 막을 씌여 보지 않은 압다카림의 태도에서 비로소 상대를 받아들인다 

뒤집어 보면 사람은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이 그만큼 절대적이다.

책에서 방송에서 어떤 말을 듣고 보고 알게 되더라도 그 모든 것이 내가 내 감각으로 체득한 것이상 의미가 없다.

 내가 봤어. 내가 들었어. 내가 겪었어 

그것만큰 큰 힘은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비지스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사이가 좋아보이는 반면 서로에게 무지하게 비난하고 조롱하고 냉정한 가족들

어린 시절 사건이 있었고 그 사건으로 누군가는 죄책감을 안고 살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문제 주변에서 스스로를 누르고 살았을 것이다.

가족이 주는 공기는 대단하다.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가족안에서 떠도는 공기의 질감이 가족을 정의 한다.

두려움과 죄책감,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되. 좋아해서도 안되고 심하게 우울해서도 안되

애써야 하고 괜찮아야 하고 계속 괜찮아야 하고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는 것

그런 공기가 짐, 밥 그리고 수전 주위를 돌았을 것이다.

성인이 되고 성공하고 남부럽지 않은  명예와 지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텅 빈 어떤 공간은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족을 보는  법적인 가족들 (배우자와 자녀 등) 도 적당히 모른 척 하기도 하고

자신이 해낼 수 있을 거라 믿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것만 취하기도 하면서 주변을 서성이고 함께 하고 멀어진다. 



책을 읽다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은 의외로 헬렌이나 팸의 생각들

수전 집 위층에 세들어 사는 노부인의 이야기들이었다. 

야심이 있어 보이는 짐이나

무조건 따뜻하고 멍청한 밥이나

냉정하고 어리석은 수전이나 

그들이 고군분투하는 동안 주변에서 오히려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관찰자들 역시 상대를 잘 알지도 못할 것이다. 


우리가 상대를 잘 몰라

그러니 더 잘 알기 위해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듣고  오래 바라보는 것

그건 관계에서 꼭 있어야 하는 것

그런데 그 행동들이 멋적고  난처하고  쑥스러워서

그냥 알고 있다고 믿어 버리는 것 그게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상대에게 뿐 아니라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사람이야 라고 정의되면 거기서 한발도 더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라고

어쩌겠어 이렇게 생겨먹은 걸.... 여기서 멈추는 것

그래서 인간이고 그럼에도 인간...


비지스 형제들을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을 봤을 것이다.

망가지는 형에게서 내 모습을 보고

멍청하고 어리석은 동생의 행동에서 나를 본다.

두 남자형제들을 부럽게 때로는 한심하게 바라보는 수전

그러나 가장 힘든 순간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건 서로라는 걸 잘 안다. 



버지스 형제를 읽으려는 마음은  < 이야기를 들려줘요> 를 읽고 나서

루시와 올리브 사이에 등장하는 밥을 보면서  

도데체 저 인간은 뭐지? 라는 마음에서였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그 책에서 호감이 아닌 어떤 이끌림에서 

다시 든 책이 버지스 형제 

그리고 결국 우리는 노력하지만 서로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모른다는 걸 인정해야한다는 걸 긴 이야기속에서 알았고

그래서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의 의미가 뭔지 주제가 뭔지 내가 판단하기 전에 화자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

그럼에도

청자의 판단 역시 존중되어야 하는 것 


다시 읽어보고 긴 페이퍼를 써 봐야 겠다. 



사실 스트라우트 월드에서 나의 최애는 여전히 올리브다.

올리브와 헨리를 가장 좋아하고 헨리의 죽음에 가장 슬퍼했고 행여 올리브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될까 가슴조였었다.

루시는 처음엔 너무 낯설고 작고 쥐같고 약하지만 질긴 그 모습에 정이 가질 않았다.

월리엄은 말할 것도 없고 ..

그러나 루시 시리즈를 읽으면서 점차 루시를 좋아하지는 않아도 이해했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등장한 밥은 도데체 이 인간은 뭐지?

이렇게 흐물흐물하고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한 이 유형은? 이라는 질문앞에서 

어느 순간 밥 비지스가 올리브 다음 순서로 훌쩍 다가온다.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인간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사람들, 자신의 욕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내가 그러지 못해서 일수도 있고 몹시 그러고 싶어서일 수도 있고...


다시 길게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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