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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단지 공작소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 11,250원 (10%620)
  • 2011-03-03
  • : 1,764

열편의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자꾸 팔을 쓸어내린다.

오슬오슬 소름이 돋아나는 기분

무언가가 내 안에서 자꾸 흔들리고 소복하게 쌓여가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이야기들은 아주 짧다.

길어봐야 <아술>과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이정도?

친구를 잃고 그 기억을 계속 복기하면서  상황을 다르게 바꾸어보는 내가 있다.

아버지의 모습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알아차리는 아들의 이야기가 있다. 그 과정에서 꿋꿋하고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어머니 역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음을 나중에 알게 된다. 

부부 사이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교환학생을 집에 들였지만 그와의 관계에 점차 깊게 빠져들면서 오히려 마음속에 더 큰 구멍이 생기는 것을 알아차리는 부부가 있다. 사랑하면 할 수록 내가 비워지는  것, 무언가를 넣으려고 애쓸 수록 빈 공간이 더 커지는 경험 그리고 애쓸 수록 멀어지는 마음들이 여기에 있다.

나를 채워주는 것들이 하나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말할 수도 없는 내 빈 공간을 채웠던 어떤 시간들과 기억들이 있다. 그걸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사랑? 그렇게 부르기엔 너무 빈약하면서 동시에 너무 크다. 안정과 편안함 그리고 익숙한 느낌. 그냥 내 자리가 비워져 있었고 그렇게 내가 그 공간에 맞게 들어갔고 그리고 내 안의 어떤 공간을 적합하게 채울 어떤 시간과 인연이 있었던 것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형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으나 이해할 수 없는 빈 곳을 알게 된다. 형에 대한 기억뿐 아니라 주변 사람이 화자를 없는 사람으로 여기며 아무렇지 않게 형의 이야기를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는 듯이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나는 어떤 마음일까?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흔들리기도 했을테고 그게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으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싶은 마음이 포개지는 순간들이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 그건 사랑도 아니고 우정도 아니고 그저 시간을 함께 채워나가는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니지만 낯선 누군가와 함께 한 그 시간이 어쩌면 내 영역을 더 크게 만들어 나가는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낯선 타인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우월감이 더해진 관계에서 아마 나도 무언가 채워지고 반뺨 정도는 자란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른 남자의 부인을 사랑하는 아내를 아프게 지켜봐야 하는 남자도 있다. 누구에게 무어라 이야기를 해야 그 남자의 마음이 풀릴지 우리도 알 수 없다.

철없는 누나의 행동들이 어쩌면 가족중에 가장 다른 가족을 배려했던 마음이었음을 결국 나중에 동생만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야기들은 짧지만 오소도소하다.

아름답다도 해야할까 아니면 잔인하다고 해야할까

건조한 문장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냥 무심하게 문장을 따라 읽는다.

어렵지도 않고 복잡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선들은 너무나 우아하고 복잡하다.

감정단어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하고 오묘한 무늬를 이루는 감정들이 흘러든다.

사랑이라고 생각하다보면 공허해지고 어이없다 싶다가도 아련하다.

후회가 되기도 하고 자책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잊고 잘라 낼 수도 없는 그 마음들이 이야기마다 흘러나온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마음을 위로받으려면 앤드류 포터를 펼치지 마라.

마음이 더 어지러워진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나는 계속 그 구멍에 내가 들어가는 꿈을 꾸고 친구가 무사한 꿈을 꾸며 혼란스러울테도 

아버지는 희미하게나마 계속 내 기억속에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누나는 귀찮을만큼 제멋대로였지만 깊은 속내가 있었다.

누군가를 그냥 단정하거나 상황에 대해 이건 이런 거야 라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가

여러겹의 파이처럼 얇고 덧대어진 시간의 결을 하나하나 벗겨내는 기분

결국 모든 상황은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흔들리고 싶다면 앤드류 포터를 펼칠 일이다.  흔들리고 흔들려서 고갱이만 남길 바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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