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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리의 뼈
푸른희망  2025/08/18 10:36
  • 쌈리의 뼈
  • 조영주
  • 15,120원 (10%840)
  • 2025-05-16
  • : 854

치매는 기억을 잃어버리게 한다. 가장 가까운 기억부터 지워진다고 한다. 그렇게 점차 나의 최근 시간들이 지워지면서 과거의 내가 남는다. 과거의 나는 행복했을 수도 있고 불행하고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때이후 살아내 내 삶들이 사라지고 그때 그 순간이 남는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될까?

영화나 소설에서 치매에 대한 여러가지 상황들을 보여주지만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소설가 명자는 치매를 앓고 앓고 있다. 기억은 지워지고 있지만 가끔 제정신이 돌아올 때가 있다. 아직 못다 쓴 소설에 대해 고민하고 대신 써주는 딸을 닥달하고 본인만 이해하는 문장들을 남겨놓는다. 따르 해환은 엄마의 암호같은 문장들, 단어들을 조합하며 머리를 쥐어짜내고 소설을 엮어내고 있다.

소설을 쓴다고 표현하지 않고 엮어낸다고 한 건, 일단 그 소설 전체의 플롯은 명자의 머리에서 나왔고 그 이야기의 흐름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암호같은 문장들을 독해하고 파악해서 전체의 흐름에 맞게 구성해야 하는 것이 해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고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아닌  그 사람은 누구일까? 명자는 누구일까?

그 명자에게 끝까지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은 그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었다.

쌈리에서 나온 아이의 뼈와 , 동주라는 이름, 그리고 해환이라고 동주의 아명을 붙여준 딸, 

암호같은 조각들을 붙들고 해환은 소설을 이어가고 엄마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있던 쌈리, 지금은 무너지고 조금씩 소멸되어가는 쌈리에서  미용실 언니를 만나고 붕어빵 할머니를 만나면서 소설의 조각들은 이어진다.

해환은 여러 버전으로 소설을 써나갔다.

처음 소설은 그냥 살인미가 여러건의 살인을 하다가 회개한다는 단순한 플롯이었다가 그 살인마가 연쇄살인마가 되었다가 사실은 피해자라고 생각한 내 엄마가 살인자였다고 했다가, 내가 살인자와 엄마 사이에 태어난 자식이라고 했다가, 그 자식이 죽어 몰래 땅에 묻었다고 했다. 사실 친모가 아니라는 것까지  암호를 찾아 그리고 해환이 보고 들은 것들을 조합하며 계속 이어지는데 그 소설이 아니러니하게 진실에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는 거다.


말할 수 없었던 비밀, 드러날까 두려워했던 그것이 재개발로 뼈가 발견되면서 그렇게 조금씩 세상으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이야기 속에는 가정폭력이 있었고 성매매 여성들의 불안과 막막함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욕심과 이기심도 있었다.

누구나 한가지씩 비밀을 가지고 있고 그 비밀이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핫핑크 신사나 미나 , 명자와 동주 역시 비밀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하는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결국 조금씩 흘러나온 그 이야기의 조각을 모아서 해환은 소설을 완성하지만 그 이야기는 영원히 세상에 내놓지 않기로 했다.

들었지만 그냥 내가 묵히기로 한다. 두 사람의 엄마를 위해서 


순간순간 해환의 나이가 40대인가 싶은 순간이 있었고 상모가 그렇게 어이없이 죽어야 했나 라는 마음이 있고

명자가 그런 느닷없는 행동을 해야했나 싶은 부분이 있어 추리미스테리물로는  큰 점수를 주고 싶지 않지만

그 상황에서 명자나 동주, 미나, 해환이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은 결코 작거나 쉬운 것들이 아니어서   비밀과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그 이야기가 나에게로 흘러와서 다시 구성되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

비밀을 털어놓고 보면 그 어마어마했던 것이 어쩌면 하찮아보이고 별 거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무게를 가질 수 있어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는 걸 다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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