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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의 사라자드처럼 윤성희는 백일동안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듯하다.

다만 왕이 도파민 뿜뿜한 이야기를 원했다면 첫날 목이 달아날 수도 있겠지만 불명증으로 며칠 밤 잠들지 못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면 오래오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재미가 없고 졸린다는 뜻이 아니다.

별일 아니지만 딧 이야기가 궁금한 이야기

듣지 않아도 그만일테지만 일단 귀를 기울이고 나면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윤성희는 줄줄 엮어낸다.

그건 그 이야기가 신기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 같아서일 것이다.

어라 나랑 비슷한 경험이 또 있다고? 우리 부모같은 사람이 또 있어? 내 삶을 몰래 엿본게 아니야? 라는 의심이 들 이야기들

그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는 건 익숙한 그 인물이 나와 다른 선택을 할까? 지금 나의 이 고민에 대한 답이 있으려나? 그라고 뾰족한 수가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아닐까

결국 나와 다르지 않구나 싶은 허탈함 별거 아니어서 실망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안도감에 잠깐이라도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족에 대해 허무개그처럼 어이없고 당연해서 짜증나지만 쉽게 잊히는 에피소드들이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이 줄줄 끝없이 흘러나온다.

사고치고 무책임한 부모 무심한 자식들 짜증나는 형제들

너무 닮아서 미워지는 순간에도 애써 미워하지 않기 위해 엉뚱한 핑계를 대거나 먼산을 바라보면서 모르쇠하는 순간들 때로는 모른 척 할 수조차 없어서 애써 꾹꾹 눌러놓은 마음까지 그냥 내 이야기들이 무심하게 이어진다.

심심하지만 문득 등골이 서늘한 이야기

같 나온 모두부처럼 따뜻하기도한 이야기들이 줄줄 이어지는 것이 윤성희의 매력이다.

도데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야?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두서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여기서 시작해서 저기서 느닷없이 끝나는 이야기들을 들으면 그냥 사는게 별거 아니구나 싶은 아랫배가 따뜻해 지는 묘한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라는 생각이 그럴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라는 조금은 허탈학고 조금은 해탈하는 마음이 드는 것

심심하고 슴슴하고 익숙한 집밥같은

너무 익숙하고 반복되어 물리지만 결국은 다시 찾게 되는 것

다 비슷하구나 생각하면서 책장을 덮지만 다시 신간을 클릭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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