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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단지 공작소
  • 푸른 들판을 걷다
  • 클레어 키건
  • 15,120원 (10%840)
  • 2024-08-21
  • : 25,836

습기가 많은 날들 그리고 찌질한 남자들

여자들은 조용히 움직인다.

 

작별선물

어린 시절 성추행이 있던 아버지, 모른 척 하는 어머니

위 형제들은 다들 집을 떠났고 장남 유진과 당신이 남았다.

형제들은 날이 되면 낙관주의를 안고 돌아오지만 낙관주의는 빠르게 시든다. 언니와 오빠들은 여기서 살던 추억을 떠올리다가도 아버지의 그림자가 바닥을 가로지르면 뻣뻣하게 굳었다. 집을 다시 떠나면 치유받을 것 같고 빨리 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되면 당신이 집을 떠나려고 하고 있다. 앉아서 여유있게 아침을 먹지 않은 건 시간이 촉박하기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이상 여기에 남아 있을 마음이 없기도 했을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던 아버지와의 마지막 인사 역시 딸을 희롱하는 것뿐이다. 줄 듯 말 듯 주지않은 돈과 천박한 말들이 마지막으로 남는다. 엄마는 이제 자신을 대신할 딸이 없어 서운한 걸까 그동안 딸에게 미안해서 그러는 건지 알 수 없다.

유진은 당신을 공항까지 배웅하면서 자신도 떠날 것이라고 한다. 유진도 땅을 포기하고 여기를 떠날 수 있을까. 당신에게 그랬듯이 아버지는 유진에게 땅을 두고 흥정하고 고삐를 쥐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이렇게 떠나지만 참았던 눈물을 공항 화장실에서 비로소 터지는 건 어떤 감정일까

이제 해냈다는 안도감 ,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나자신에게 느껴지는 비참함

그래도 용기를 냈고 아버지의 어린 송아지를 몰래 팔아 여비를 마련한 꼼꼼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일단 저지르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미국이 천국은 아닐 것이다. 어떤 변수가 기다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여기가 아닌게 어딘가

그 마음에 용기를 주겠지만 씁쓸하다.

아버지 꼬라지라니..

 

2. 푸른 들판을 걷다.

사제는 한때 사랑했던 여자의 결혼식을 주관한다. 그리고 다들 잘 아는 마을 사람들과의 피로연에 참석하고 기도하고 그리고 돌아온다.

팔에 주근깨가 있던 여자와 남몰래 밀회를 생각한다. 결혼을 원하는 여자에게 사제로 남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그 여자는 결혼을 오늘 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근엄한 사제모습이라기 보다 흔들리고 약하고 이기적인 모습이다.

익숙한 푸른 들판을 걷다가 중국인 집을 갔고 그리고 말이 통하지 않은 상황에서 마사지를 받는다. 쓰지 않은 근육이 꺽이고 풀리고 휘어지는 경험 뒤 개운하고 뜨거운 마음이 남는다.

아무리 걸어도 신은 답을 주지 않는다. 답은 자기가 찾아낼 뿐이다.

아무리 매달려보라지... 당신에게는 구원이 없다.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뭔가 찜찜하다.

 

 

3. 검은 말

여자가 떠났다. 이만하면 이 동네에서 보기 드문 괜찮은 여자였는데

그 여자가 떠났다. 그러나 미련한 남자는 돌아오리라 믿는다.

그 여자가 돌아오면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잘 될거라 믿는다.

당신에게 내린 벌은 그냥 대책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절대 깨닫지 못할 것이다.

 

4. 삼림관리인의 딸

디건은 억울할 수 있다.

땅을 가졌고 그 땅을 완전한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은행과 나눠가지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다.

밤낮으로 땅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도시로 나가서 많은 돈을 써서 여자를 만났고 결혼을 하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결혼하고 두 아들과 딸을 가졌다.

모두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딸이 너무나 영특해서 내 딸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그냥 묻어두었다.

그러나 어느날 이야기를 잘 하는 아내 마사는 듣기 힘든 이야기를 마을사람에게 들려주었고 집에 불이 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고 믿을 것이다.

남자란 모름지기 일을 해서 재산을 늘이고 가족들을 굶지 않게 하고 원하는 걸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아내는 집안을 잘 챙기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편의 성적 만족을 채워줘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원하지 않았고 눈을 감았을 때도 있었다.

주워온 개를 딸의 생일선물로 주었을 때 조금 깨름칙했지만 딸아이가 좋아하니 그냥 넘어갔다. 그건 죄가 아니다.

디건의 잘못은 너무 열심히 살았다. 누구도 원치 않은 노력을 너무 많이 했다.

스스로도 그걸 원했던 걸까. 지금이라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5. 물가 가까이

하버드에 다니는 아들은 그냥 행복한 생일을 원했다.

부자 의붓아빠의 돈자랑이나 그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비위를 맞추는 엄마의 비위를 맞추는 일을 원하지는 않았다.

비싼 식사와 비싼 리조트 그리고 핑크빛 케잌은 아니었다.

바다 수영이후 가장 깊이 가라앉고 가장 고통스러운 일 이후 느끼는 안도감

할머니는 그때 왜 바다에서 수영을 하지 않았을까. 한시간의 시간동안 무얼 했을까

간절했던 바다행에서 무얼 보았을까

야속하게 버리고 떠나는 할아버지를 기어이 잡아서 함께 돌아간 집에서 평생을 살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면 절대 그 차를 타지 않았을거야. 거리의 여자가 되는게 차라리 나았을 거라라는 말

어쩌면 순간의 선택 그리고 그때의 마음이 삶을 좌우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야 한다.

 

6. 굴복

뻣대다가 여자에게 이별을 통고받고 그래도 가오가 있지 ... 라는 마음으로 아랫사람을 마음대로 희롱하다가

혼자 오랜지 24개를 먹은 남자

뭐라고 해야할지 참 난감하다.

 

7퀴큰 나무 숲의 밤

마거릿의 선택을 존중한다.

누구나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있다. 다만 모두 다를 뿐이다.

 

왜 작가는 이렇게 찌질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썼을까

그런 남자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일까

지구 반대편을 돌아 여기 남자와 다르지 않은 남자들이 거기에도 있었다.

고통은 늘 비명을 지르며 오는 것이 아니다.

그냥 고요한 상황에서 슬며시, 어쩌면 우리가 고통이라고 여기지 않을 정도의 강도로 조용히 자주, 그래서 익숙해져버린 슬픈 상황들

고통은 그렇게 안개처럼 스며든다.

아프지 않아서 비명을 지르지 않아도 되어서 고통이라고 느낄 수 없는데

어느 순간 내 몸이 젖어 있다.

물에 빠진 것도 아닌데.. 그냥 안개인데

 

오늘 날이 빠짝 말라 뜨거워서 다행이다.

이른 습습한 이야기들을 읽어도 덜 불쾌해서 다행이다.

그래도 얼룩처럼 슬픔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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