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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는 게 꽃의 잘못이 아니라면 꽃이 피지 않은 것도 꽃의 잘못이 아니지 않을까


너는 언제 꽃이 필까 했는데 꽃이 피지도 못하고 이리 나이를 먹었구나 


그 말이 그리 상처가 되지는 않았다.

여자가 꽃으로 비유된다는 것이 치욕스럽다고 생각하던 나이였다.

나는 꽃이 아니니 피지 않아도 무슨 상관이랴 생각했다.

꽃이 아니어도 나는 날나고 생각했고 그게 너무나 당연한 나이였다.

나는 잘 몰랐다.

그때 나는 감정은 부끄러운 것이었고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여자는 꽃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지만 감정적이고 변덕이 심한 여자가 되지 않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니 나는 감정을 누르는 일이 당연하게 생각을 했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울지 않았고 필요하면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일도 여자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목청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제압할 목청을 돋우는 일 그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도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들을 만들고 거기 나를 맞춰가기 시작했다.


내 동생도 종손으로 가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따.

아마 부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들이라 기대를 받는다는게 얼마나 어렵고 부담되는 자리냐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은 중간 아이이므로 오히려 그 자유로움을 즐기겠다고 생각을 했다.

누궁게도 보이지 않는 아이

번잡하면 쉽게 남의 집에 맡겨도 아무 말도 없이 오히려 잘 어울려 노는 손이 가지 않는 아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마음이 있고 어떤 걸 간절히 원하는지는 어른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본인들이 생각한 내가 원할거라는, 내게 필요할 거라고 믿은 것들을 나에게 강요했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그런 것들을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였다. 

그럴 수도 있지

부모가 나에게 해를 주지는 않을것이라고 믿었고 그 믿음은 틀리지는 않았다. 나는 운이 좋았다.

우리 부모는 나를 이용하거나 혐호하거나 학대하지 않았다.

다만 내 마음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고 그들이 의례 아이들은 그렇다 라고 믿는 대로 나를 대했을 뿐이었다. 이제 와서 그것이 그들의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지능 않았다.

어딜 가도 안쓰럽고 소심한 큰딸이나 귀한 장손인 아듨  사이에거 자기것도 잘 챙기고 야무져 보이고 고집도 있는 나는 그냥 두면 알아서 잘 자랄거라고 믿었을 것이다. 

정말 나는 그런대로 잘 자랐고 그런대로 부끄럽지않은 어른이 되었다.

좋은 어른인지 괜찮은 어른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끄럽지는 않다. 그리고 이만하면 괜찮은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지한 것을 싫어했다. 아니 미워했다.

어떻게 저런 걸 못알아들을 수 있는지 저런 당연한 상식을 모를 수 있는지 

조금만 생각해도 알만한 것에서 걸려 넘어지고 어리버리한 것들에 대해  피곤해 했다.

내 아이도 엄마는 늘 자식도 이겨먹으려고 드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나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무식하다거나 모른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나는 무척 애쓰고 살았떤 것 같다.

남의 시선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남들이 무식하다고 할까봐 내가 모르는 것이 하나가 생기면  잘 아는 것을 하나 더 만들려고 애쓰면서 살았다.

그러면서도 늘 불안했다.

내가 아는 것은 모두가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아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이상했고 한심했다. 

그리고 상대가  내가 무언가를 모르는 것을 알아차릴까 전전긍긍했다.

그러면서 늘 말했다. 나는 남응ㄴ 생각하지 않아 난 대문자 T야

대문자T는 맞다.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나는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나는 상대방 이야기의 육하원칙이 중요하고  상황의 원인과 결과가 궁금하고 그 다음 이야기의 맥락이나 논리가 중요하지 그떄 그 사람의 마음이나 감정들 그 상황에서의 냄새와 바람 공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당연히 나는 내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내가 이성적으로 알고 있는 나에 대한 정보들이 전부였고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어떤 내용이 아닌 일기장에나 써야할 문장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나는 강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나조차 관심없는 내 감정이나 마음을 누가 관심을 가질까

마음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이 어려웠고 타인의 마음을 말하는 이야기는 늘 멍해졌다.


그래도 엄마가 많이 애쓰고 있따는 걸 알아

소위 말하는 '사회화된 F는 되었다는 뜻이다.

감동적이다. 내가 애쓰고 있음을 인정받았구나

하지만 다르게 보면 난 진심으로 공감하거나 타인의 마음을 알려고 하는 사람은 아니었구나 

겨우 겨우 애를 써야 남들처럼 비슷하게 보이는ㄱ나


나는 원래 감정적인 사람이었는데 감정을 죽이다 보니 이렇게 되었을까

아니면 원래 덤덤한 사람이었을까

가면을 오래 쓰다 보면 그게 내 얼굴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감각을 꾸미게 되면 원래 그런사람인 것처럼 되어버린다. 

내가 누구인지 나도 알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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