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읽고 기록합니다.
  • 악마의 시 1
  • 살만 루시디
  • 14,850원 (10%820)
  • 2022-09-30
  • : 1,667


"악마였어. 지난번 그놈은 샤이탄이었어." 바로 그것이 그가 듣기에서 들은 말이다. 그가 속았다는 것, 악마가 대천사로 가장하여 나타났다는 것, 그러므로 그가 임기했던 시는, 시 천막에서 암송했던 그 시는 진짜가 아니라 정 반대인 사악한 말이었다는 것, 신의 말씀이 아니라 악마의 말이었다는 것.

(...) 그러나 카메라 앵글을 최대한 높게 잡고 두둥실 떠오른 채 지켜보는 지브릴은 한 가지 사소한 사실을 아는데, 지극히 사소하지만 여기서는 약간의 문제가 될 수 있는 일, 그것은 바로, 둘 다 나였어, 바바, 처음에도 나였고 두번째도 나였다고. 내 입에서 나온 말, 앞서 선언한 말도 그렇고 이번에 부인한 말도 그렇고, 시verse와 반시converse, 올바르 시universe와 뒤집힌 시reverse, 전체가, 우리 둘 다 알다시피 내 입은 저절로 움직였으니까.

195-196쪽

살만 루슈디의 [악마의 시]는 그의 마법적 사실주의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슬람 문화권의 생소한 서사와 종교적인 단어들로 인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다소 있었지만 [악마의 시] 자체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임에는 확실했다. 특히 등장인물이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생과 생을 거듭하는 인물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점이 그랬다.

[악마의 시 1]은 인도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지브릴 파리슈타와 영국에서 성우로 활동하고 있는 인도계 영국인 살라드 참차왈라 두 인물을 주축으로 진행된다. 둘은 테러리스트에 의해 비행기에서 추락하는 사고를 당한다. 지브릴 파리슈타는 해변가의 여인에 의해 구원받아 대천사의 이름으로 환각을 보며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반면, 살라드 참차왈라는 추락 이후 악마의 모습으로 점차 변해간다.

물 : 사막

삶 : 죽음

/

마훈드 : 힌드

이맘 : 아예사

지브릴 파리슈타의 환각(이자 꿈)에서 그 자신은 대천사 지브릴(가브리엘)로, 신의 계시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먼저 지브릴은 마훈드와의 만남에서 천사와 악마의 경계는 허물어져 있음을 암시한다. 자힐리아는 라트, 마나트, 우자라는 신을 모시며 신전으로부터 수입을 얻는 힌드와 남편 카림 아부가 거주하고 있다. 어느날 아부 심벨은 라트 신에게 신탁을 받아, 예언자 마운드의 세 제자(페르시아인 살만, 물장수 할리드, 해방된 노예 빌랄)에게 시를 지어주기로 결심하며 이를 계기로 마훈드는 콘산에서 지브릴과 대면하게 된다.

이후 지브릴의 계시를 받은 마훈드는 기존의 신(라트, 마나트, 우자)을 모시는 힌드에 의해 이단으로 몰려 습격당한다. 힌드는 모래, 마훈드는 물이라는 말과 함께 시공간을 초월한 대척점의 관계가 끝없이 반복될 것임을 암시한다.

지브릴의 또 다른 환각 속에서 이맘은 라트(알 라트)로 추정되는 환신인 아예사를 살해함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아예사는 나비로 둘러쌓인 신비로운 여성 비비지로 이어진다. 지브릴은 비비지와 함께 미르자 사이드 악타르와 그의 아내 미샬 악타르의 집에 머무르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비비지를 티틀라푸르(나비 마을)의 환신 혹은 불가촉 천민 술신의 정신 나간 여성이라고 추정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마을사람 대부분은 그녀를 따라 하느님의 품으로 순례를 떠난다.

지브릴의 이야기가 꿈속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인 사건이라면, 참차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비현실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참차가 악마로 변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짐작이 가지 않는다. 유사 매춘을 한 것 이외에는 (지브릴도 마찬가지로 돼지고기를 먹고, 유사 매춘과 불륜을 저질렀다.) 큰 죄를 지은 것 같지는 않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슬람의 종교적 배경과 그 사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한 나의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브릴의 환각 속 인물들이 참차의 현실에서 비슷한 이름으로, 비슷한 갈등을 겪으며 등장한다. [악마의 시]는 과거와 현재, 미래 뿐만 아니라 꿈과 현실까지도 관통하는 넓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복잡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다소 있었다. 그러나 유일신과 다신교의 관점을 넘나드는 지브릴의 환각과 현실의 번뇌 속에서 악마의 현신이 되어버린 참차의 이야기는 읽을 수록 흥미로웠다. [악마의 시1]을 마치고 [악마의 시2]로 넘어가 멀어진 지브릴과 참차가 다시 만나 어떤 갈등을 빚을 것인지 기대된다.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