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포스팅에서 플래너리 오코너의 '좋은 사람은 드물다'의 번역 오류를
몇 개 짚었다.
원서와 번역서를 같이 놓고 읽기로 했다.
오늘 발견한 오류는 좀 심각한 수준이다.
'서사'를 건드리는 정도라서.
June Star said play
something she could tap to so the children’s mother put in another dime and played a
fast number and June Star stepped out onto the dance floor and did her tap routine.
“Ain’t she cute?” Red Sam’s wife said, leaning over the counter. “Would you like to
come be my little girl?”
“No I certainly wouldn’t,” June Star said. “I wouldn’t live in a broken-down place
like this for a minion bucks!” and she ran back to the table.
“Ain’t she cute?” the woman repeated, stretching her mouth politely.
“Arn’t you ashamed?” hissed the grandmother.
출판사 번역문/
준 스타가 탭댄스를 출 수 있는 음악을 틀어 달라고 하자, 아이들 엄마는 다시 동전을 넣어 빠른 곳을 틀었고, 준 스타는 댄스 플로어로 나가서 탭댄스를 추었다.
"아이고 귀여워라, 내 딸 안 할래?" 레드 새미의 아내가 카운터 너머로 몸을 기울이고 말했다.
"절대 안 돼요," 준 스타가 말했다.
"백만 달러를 줘도 이렇게 낡은 집에서는 안 살아요!" 그리고 아이는 다시 테이블로 뛰어갔다.
"정말 귀여워," 여자가 예의 바르게 입을 잡아 늘이며 다시 말했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할머니가 나직하게 화를 냈다.
(169p)
번역의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것이다.
1. 번역자가 단어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때
2. 번역자가 맥락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떄
이 번역의 오류는 2번이다.
원문에서 어려운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류가 났다.
번역자가 'context'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맥락은 이해하지 못하기가 힘들다.
단순히, 맥락을 따져보면 될 일이었다.
레드 새미의 아내는 뭘 잘못한 게 없다.
춤추는 아이더러 귀엽다고 한 것밖에.
하도 귀여워 "내 딸 안 할래?"하고 물은 거 밖에.
그런데 할머니가 "부끄러운 아세요."하는 역정을 듣는....다?
이걸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은 독자가 몇이나 될까?
그런데도 번역을 믿고, 출판사(굴지의 출판사니까)를 믿고 넘어갔을 것이다.
설마...
대개, 이런 큰 출판사는 외서 담당자가 있어서 번역문을 오는대로
출간하지 않는다. 꼼꼼한 감수를 거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평이한 문장의 이런 심각한 오류를 그냥 넘겼고,
이제까지 이에 대한 클레임이나 지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 독자들은 플래너리 오코너를 제대로 만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는데..
뭐,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어 놓은 건 아니다.
한 장면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단편에서 이 정도는 큰 비중 아닐지...
어떻게 오류가 난 건지 보자.
“I wouldn’t live in a broken-down place like this for a minion bucks!” and she ran back to the table. “Ain’t she cute?” the woman repeated, stretching her mouth politely. “Arn’t you ashamed?” hissed the grandmother.
바로, 이 부분이다.
아이가 귀여워 딸 삼고 싶다는 식당 주인 아내에게
아이가 이런 낡은 집에서는 안 산다고 버릇없이 구는 장면이다.
식당 여자는 아이의 버르장머리 없는 반응에도
'예의바르게' 억지 미소를 짓는다(stretching her mouth politely)
그러자 할머니가 아이를 나무란다.
"(버릇없이 굴다니) 부끄럽지도 않니?"
그런데 출판사 번역은?
"백만 달러를 줘도 이렇게 낡은 집에서는 안 살아요!"
그리고 아이는 다시 테이블로 뛰어갔다.
"정말 귀여워," 여자가 예의 바르게 입을 잡아 늘이며 다시 말했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할머니가 나직하게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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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예의 바르게 입을 잡아 늘이며
(아이의 입을 늘이는 것으로 오독 가능성...대체 예 의바르게 남의 집 아이 입을 잡아 늘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부끄러운 줄 아세요." 할머니가 나직하게 화를 냈다.
(졸지에 할머니가 식당 여자에게 화내고 있음)
지금 원서와 같이 읽고 있으니,
오역이 보이는 대로 여기다 정리할 참이다.
플래너리 오코너를 제대로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도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