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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의 소설나팔
  • 나쁜 삶의 기술
  • 로베르트 팔러
  • 18,900원 (10%1,050)
  • 2024-09-10
  • : 2,875

제목이 확 눈에 들어오는데, 리뷰가 하나도 없다는.

아마존 가보니 독일어버전만 있고, 독일어로 호불호가 갈리고.

번역기에 돌려보니 불호 리뷰에는 '근거없이 혼자 떠든다'고 화내고.


책 소개만 보더라도 '지젝스럽다'고 이미 고백하는 듯한 바.

오스트리아의 좌파지식인이라...


현란한 지적유희

번뜩이는 통찰


저자소개에 보이는 구절들이다.


'유희'에는 주저되지만 '통찰'을 믿고 가봐??


비행기 탑승객이라면 요즘의 여행이 보안검색대의 공개 스트립쇼와 함께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모두 신발을 벗고 허리띠를 풀어야 한다. 빈의 철학자 로베르트 팔러는 생존을 위해 품위를 내던져버린 현대 문화, 오늘의 문화를 ‘빼기’의 문화로 만들어버린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가차 없이 비판한다. 디카페인 커피, 무알코올 맥주, 욕설이 없어진 축구, 신체접촉 없는 섹스… 지금 우리는 삶의 기쁨을 내주고 이런 빼기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추천글 중 하나인데...

개인적으로 반론의 여지가 있다.


디카페인 커피.


나는 카페인 한 드롭이면 날밤 새야한다.

하루종일 수전증에 시달린다.

나는 '생존'을 위해 디카페인을 마신다.


무알콜 맥주.

나는 논알콜의 virgin cocktail을 마신다.

알콜 다섯 스푼이면 몸에 붉은 반점이 돋기 때문이다.


이게 생존을 위해 품위와 즐거움을 내던져 버렸다는...건가?

거꾸로, 생존을 위해 그나마 그만큼의 즐거움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로는

볼 수 없을까.


물론, 이건 추천글에 불과한 것이지 책 내용 전반이 아니다.


출판사 책 소개를 보자.


이런 탐색을 통해 저자가 도달하는 지점은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옥타브 마노니가 말한 ‘잘 알지만 마치 그렇지 않은 듯이’ 행동하는 삶의 차원이다. 우리는 현실의 조건에 갇힌 존재로서 이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즐기는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대의 축제나 오늘날의 파티에서 보듯이, 일상의 금기를 잘 알고 있지만 놀이와 축제 때는 금기를 깨뜨리라는 가상의 명령도 수행할 수 있는 지혜다. 그런데 이것은 서로의 쾌락에서 함께 더 큰 즐거움을 얻는 ‘공모자’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우리의 쾌락은 사회적 차원에서만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로베르트 팔러는 결국 개인을 낱낱이 흐트러뜨려서 각자도생의 불행한 자아로 살게 하는 이 시대에 저항하여, ‘함께 즐거움을 향유하는’ 길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런 책들이 원래 그렇긴 하지만, 잘 안 읽힌다.

세 번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명백히는 모르겠다. 

특히, 세번째 문장.

번역의 아쉬움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이거-.


우리는 현실의 조건에 갇힌 존재로서 이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즐기는 삶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겹쳤다.

이건...쿤데라가 온갖 저서에서 그리도 천착하던 '키치'가 아닌가...



우리는 현실의 조건에 갇힌 존재로서 이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즐기는 삶-.


이거 말이다.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또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그 무엇-.


그게 쿤데라의 '키치' 같은데...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팔러는 '키치적인 삶', 즉, '함께 마치 너무나 즐거운 듯이 즐기는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거??


쿤데라가 제안한 건 '반(anti)-키치'인 것 같은데...

'똥' 때문에 전기철망에 감전사하는 선택을 한 스탈린 아들을 제시하면서...

스탈린 아들의 키치적 삶에는 '똥'을 허용할 수 없어서.

가만..이 사람은 '똥'을 허용하자는 소리니까, 맥이 같은 건가?

와....이거, 읽어봐야것네.


물론, 내 좁은 이해 폭에서 불거진 오류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의 말이든 앞뒤옆 문맥을 잘 따져보고 결론지어야 한다.

쿤데라를 더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읽어볼 용의가 있다.


혹시 아나.

쿤데라보다 더 좋아지게 될지! ^^


*그만 쓸려다가...

리뷰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구매결심을 하게 했다.

어지간하면 요새는 출판사 직원이나 관계자들이 계정 만들어서 찬양 일색의 리뷰를 올리는 게 관행이 된 지 오래 같아서...거기다 책도 안 나왔는데 '구매' 표식까지 딱! 그런 책은 더 안 사게 된다는 걸 좀 알아주면 좋겠는데.

'구매' 표시가 없는 리뷰는 다른 곳에서 책을 사 읽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희한하게 그런 리뷰는 찬양 일색. 다른 곳에서 책을 사 읽고 여기 와서 별 다섯개 리뷰를 굳이, 굳이, 굳이, 왜 다는 걸까. 시간 나서 다른 서점도 찾아보면 거기도 다 똑같이 올라왔다는. 


리뷰가 하나도 없다는 것의 서브텍스트는,

전적으로 독자, 당신에게 맡긴다, 는 출판사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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