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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읽기

<돈키호테> 읽기 모임을 지난 목요일(2월 9일)부터 시작.

네 차례에 걸쳐 <돈키호테> 1, 2권을 모두 완독하는 모임이다.  

기록 삼아 모집 링크도 남겨 놓는다. http://www.2sangbook.com/bbs/view.php?id=2S_06&no=365


개인적으로 <돈키호테>를 모임에서 다루는 게 벌써 세 번째인데, 

이번 읽기에서 개인적으로 눈에 띈 장면은 돈키호테의 [박치기 장면]이었다. 


돈키호테가 고행의 일환으로 (바위에다) 박치기를 하겠다고 하자 산초는 어차피 대충 흉내 내는 것이고, 꾸민 일, 위조한 일이라면 돌에다 하는 것보다 물이나 솜 같은 부드러운 데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이에 돈키호테는 “내가 하는 이 모든 일들이 속임수가 아니라 매우 진실한 것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면서, 자기가 하는 박치기는 “진실되고 단호하고 효력 있는 것이어야 하며 허황되거나 몽환적이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 응수한다. 


진실되고 단호하고 효력 있는 박치기... 
허황되고 몽환적이지 않은 박치기... 란 과연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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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가 '광기'를 '연기'하는 대목[일명 '시에라 모레나 산맥' 대목. 1권 3부의 후반]을 읽을 때마다 항상 묘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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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을 한다면 <돈키호테>는 '애매모호한 소설'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아래의 그림들이 공통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애매모호함'이다. 

(앞의 두 개는 오노레 도미에의 작품, 뒤의 것은 피카소의 작품.) 

<돈키호테>는 모든 요소가 극히 애매하다. 형식도, 내용도, 서술자와 작품의 위상도. 

읽다보면 이 모든 요소가 애매모호함 속으로 빠져든다.

이게 소설인지 이야기 모음집인지, 작가가 이야기를 통해 대체 뭘 말하려 하는 건지, 뭔가 웃기고 풍자적인 건 알겠는데 정확히 뭘 풍자하고자 하는 건지, 작가가 정말 이 작품의 작가이기나 한 건지, 돈키호테는 미친 건지 아닌 건지 독자는 알 수 없다. 

이쯤 되면 독자는 애매모호함 자체에 몽환적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는 동시에 진실됨과 단호함이 있다. 그렇다. 박치기와 비슷하다.


 




<돈키호테> 번역본은 3종을 두고 고민했는데 가독성이 좋고, 삽화의 배열이 좋은(내용 전개에 싱크를 맞춰 삽화를 배열한) 시공사판을 골랐다. 

창비판, 열린책들판도 나름의 장점이 있겠으나 일반 독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좋은 것을 고른 셈. (열린책들판은 상세한 각주가 장점인데 이건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하다.) <돈키호테>가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분량이 방대한 데다 내용이나 구성상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들이 있기 때문에 우선 완독에 중점을 두고 판본을 골랐다. 그리고 삽화와 함께 보는 재미 역시 포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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