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컬렉팅 해 온 그림이 50점을 넘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온라인 경매가 이렇게 무서운 줄은 몰랐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낙찰 받은 그림이 50점을 넘은 거다. 온라인 경매가 열리면 정말 욕심을 제어하기가 힘들다. 책탐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중독이 책보다 심하다. 책은 '이번 10권이 마지막이야!'라는 결심을 우습게 무산시키는데, 그림도 마찬가지. '이번 경매에 이번 그림이 정말 마지막이야! 더 사면 안돼! 공간도 부족하고, 비용도 정말 한계점에 이르렀어. 이제는 정말 안돼!!' 이렇게 결심을 하지만 경매가 열리면 여지없이 입찰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치열한 경쟁이 붙으면 내가 설정한 한도가 넘어 포기를 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면 낙찰에 성공한다. 이렇게 입수한 그림 중에 100호 유화가 있다.

[파도, 162cm x 112cm, 캔버스에 유화, 1999]
그림이 정말 내 맘에 딱 드는 그림은 아니었지만 100호 그림이 말도 안되는 가격에 올라온 거였다. 나름 수준급 그림 실력을 보여주는 파도 그림. (나는 파도 그림을 싫어한다. 바다 그림은 유화 초보자가 많이 그리는 그림이라 좀 질리는 감이 있다.) 내가 이 그림을 낙찰받은 이유는 캔버스 때문이다. 아사 100호 캔버스는 캔버스만 30만원이 넘는다. 그림이 좀 질리고 맘에 들지 않으면 캔버스를 재차 사용할 요량으로 구입한 건데, 실물을 보고 나니, 어떻게 이런 그림을 말도 안되는 가격에 업어올 수 있는지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심지어 액자도 있다!!)이거 보다 훨씬 못 그린 40호 짜리 파도 그림. 작년 뱅크 아트페어에서 보았다. 400만원. 경력 5년도 안된 신진작가의 그림인데, 낙찰 받은 그림에 비하면 정말 형편 없었다. 100호 이 정도 실력의 그림이면 아트페어에서 800만원은 가뿐히 넘을 거다.
갤러리나 아트페어 자주 가다보면 원화 그림의 대체적인 가격을 알 수 있는데, 온라인 경매 가격은 그에 비하면 정말 착하다. 물론 온라인 경매라 사진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사진이 좋으면 실물은 대개 훨씬 좋다. 그 반대도 간혹 있긴 하지만 유화 구상화이면 대체로 좋다. 100호 그림 낙찰받기는 처음인데, 액자도 있는 상태라 정말 횡재한 그림이다. 심지어 작가 미상인 작품도 아니다. 작가 서명도 분명하다. 찾아 보니 하삼도에서 활동하는 중견 화가인듯한데, 메이저로 진출하지 못한듯. 어쨌거나 유명작가는 아니지만 작가가 분명한 작품 중 이렇게 저렴하게 나온 그림은 처음인듯하다. 물론 저렴한 가격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거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작가가 유명하지 않아서일 경우가 크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나중에 그림이 싫증나면 캔버스만 재활용해야 겠다. ㅎㅎ
이 페이퍼의 핵심 주제: 온라인 경매시장은 원화그림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루트. 원화 그림을 구입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와 같은 아트 컬렉션에 관한 책을 보는 것보다는 온라인 그림 경매 시장을 노리는 게 훨씬 낫다. 이런 건 책에 나오지 않는다.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