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질문이 뭔데요?'라는 물음을 불러 일으키는 이 책의 원제는 <Girls & Sex>다. 저자인 페기 오렌스타인이 십대 여학생 70명과 성(혹은 성생활)에 대해 나눴던 대화를 모아놓은 책이니 원제만 보면 꽤나 직관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른들이 계속해서 성에 대한 공개적인 대화를 회피하는 한, 청소년들은 인터넷 한 모퉁이에서 정보를 찾을 수밖에 없다. (234 페이지)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대화'를 시도했다는 데 있다. 오럴 섹스, 처녀 카드, 훅업 문화, 강간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는 그런 대화 말이다. 우리는 십대가 인터넷을 통해 부적절하고 왜곡된 정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일 것을 염려하면서도 성(sex)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꺼려한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서? 물론 학생들의 개인적인 생활을 져켜주고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확신하건대 내 딸(혹은 아들)과의 대화 주제로 삼기에 지나치게 불편해서라는 이유가 지배적일 것이다.
그러나 페기는 지적한다.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인식이 부족한 십대는 외부 자극에 얼마나 취약한가. 그들은 팬티만 입고 무대에 서는 마일리 사일러스를 완벽함의 화신이라 부르며 그녀처럼 되기 위해 애쓴다. '핫'한가 '핫'하지 않은가에 집착하며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평가한다. 다른 일에는 야무지게 대처하면서 섹스에 관해서 만큼은 나보다 남, 상대방을 앞에 두는 것이다. 이는 인터뷰를 보며 내가 느낀 안타까움과도 관련이 있다. 십대 여학생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솔직히 할 수 있을 정도로는 성장했지만,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을 '쿨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미성숙하다.
심슨 로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학생들은 직접적인 거절이 남학생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봐 걱정했다. 여학생들은 거절하는 것에 죄책감과 불편함을 느꼈다. “여학생들은 예외 없이 상냥하고 예의바르며 타인의 감정을 배려하고 그에 공감하는 것을 이상형으로 삼고 있습니다.” 심슨 로의 설명이다. “이는 물론 훌륭한 일이고 좋은 품성이지요. 하지만 이런 생각이 너무나 뿌리깊게 박혀있기 때문에 많은 여성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그런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례한 사람처럼 보일까봐 두려워하는 거예요. (314페이지)
세상에. 착하고 상냥한 성품이 문제의 원인이 될 수가 있다니. 착하고 상냥한 성격이야 말로 나의 미덕이라며 자랑해 온 내게는 충격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ㅡ 혹시라도 여학생들이(그리고 내가) 착하다는 게 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으면 한다.
거절을 두려워하는 대다수가 ‘여학생’이며 그 기질을 누가 심어줬는지 지적할 필요가 있다. 상냥하고 예의바르며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갖추는 것이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이라고 사회가 ‘여성’에게 어떤 방식으로 주입했는지 주목해야 한다.
여학생의 예의바름과 타인을 배려하는 성품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진짜 우리가 바라보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올바른 성교육의 부재'이며,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올바른 성교육의 실행'이다.
나는 이 성교육이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집 안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낯부끄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 아이가 성적인 문제로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길 바란다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은 그동안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피했왔던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