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nan7070님의 서재
  • 페퍼
  • 연여름
  • 13,500원 (10%↓750)
  • 2026-08-18
  • : 655
#페퍼 #연여름 #창비교육 #서평단 #서평

페퍼. 연여름 장편소설. 창비교육. 2026.

소설을 끝까지 다 읽고, 처음으로 돌아가 앞부분을 다시 읽었다. 그제서야 모든 이야기가 딱 맞아 떨어졌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거였구나. 영소와 은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었는지, 이야기를 다 알고나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다행이었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마음을 다치지 않고 그들의 관계가 유지될 수 있어서. 그들의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끈끈해서. 그 마음이면 어느 것도 이들을 가로막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소가 은수와 함께 또 새로운 시간들을 잘 살아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안심이 됐다.
결국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분명 은수와 영소는 다르다. 다르니 가까이 할 수 없겠다고 배척하는 순간 이들의 관계는 끝이다. 하지만 섣불리 어느 것도 판단하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마음을 알아봐주었다. 분명 쉬울 수 없는 일인데도, 오히려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연대, 동지애, 그 이상의 상대에 대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밑바탕에 깔려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이었다. 사실 이들의 주변 인물들이 다 그렇다. 영소의 할머니가 되어 준 태인도, 은수를 자꾸만 가만두지 않는 도경이 형도. 이들이 갖고 있는 마음이 모두 한결같으니,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영소처럼 소리에 예민하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영소와 같은 헤마인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헤마만이 소리에 예민한 것은 아니니까. 인간도 소리가 힘들 때가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생활 소음 중에서도 아주 미세하게 나는 소리가 온통 신경을 곤두서게 할 때가 많다. 심지어 영소와 달리 음악을 들을 때도 그래진다. 그래서 많은 소음 속에 있는 환경을 멀리하려고 한다. 조용한 것을 찾게 되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된다. 이러다보면 점점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는다. 아닌 척, 괜찮은 척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이와 함께할 때는 배려받을 수 있고 피할 수 있다. 나에게도 은수, 태인과 같은 이가 곁에 있다면 충분히 소음 속에서도 손을 잡고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자신을 내보이겠다는 용기도 대단하고. 영소에게 손을 내밀어준 은수, 그런 은수에게 자신을 솔직히 보여준 영소, 모두 대단하고 소중한 아이들이란 생각을 했다. 이들이 해낸 용기와 마음이 그저 기특하고 아름다울 뿐이다. 어쩌면 어른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아이들이기 때문에 기꺼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도 생각한다. 재고 따지고 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들만의 순수한 마음, 마음이 향하는대로 해도 괜찮다는 과감함이 이들을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한 힘이 되지 않았을까. 오히려 어느 정도 다 알고 있는 어른이라면 쉽게 손을 잡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른들은 한편으로는 무척 겁쟁이들이니까. 그래서 이 아이들이 더욱 대견한 건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이 갖고 있는 선한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도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과 사회가 이와 같은 이들의 마음으로 가득차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마음이 살며시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