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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숲으로 출근합니다
  • 황금비
  • 17,100원 (10%950)
  • 2026-04-05
  • : 2,495
#숲으로출근합니다 #황금비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숲으로 출근합니다. 황금비. 한겨레출판. 2026.
_식물과 함께 쓰는 나무의사 다이어리

이미 제목부터가 관심이 안 갈 수가 없다. 숲으로 출근한다니. 그 자체로도 얼마나 부러운지. 매일을 숲에서, 식물과 함께, 나무 의사로 살아가는 삶은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물론 뭐든 직업이 되는 순간 즐거울 수 없고 좋았던 것마저도 싫어진다고들 하지만, 안 가본 길이 아름답다고,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그저 부럽고 또 부럽기만 할 뿐이다. 수목원에서 온갖 자연을 가까이 두고 사는 삶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매일 많은 사람을 가까이 두고 사는 삶을 살다보니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 책은 읽기 전부터 무조건 호감이다.

늦가을 수목원을 산책할 때면 통통해지기 시작하는 목련 꽃눈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한다. 내년에 모든 꽃눈이 벌어져 화려한 꽃을 피우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감이 차곡차곡 쌓인다.(16쪽)

그 꽃눈이 가을을 시작으로 겨울을 지나 봄이 막 되려는 때에 슬며시 벌어질 때, 얼마나 아름다운지. 목련은 이제 막 벌어지기 시작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나중에 정원을 꾸미고 살 수 있게 될 때 내 정원에 들여놓고 싶은 나무다. 꽃만이 먼저 커다랗게 달려있다 목련꽃이 다 진 후 커다란 잎을 매다는 것도 매력이다. 매번 목련은 볼 봄을 기다리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중국이 원산지인 배롱나무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정원수로 심어 길렀다. 오래 피는 꽃은 왕을 향한 중심을, 매끈한 줄기는 청렴결백함을 상징한다고 해 오래된 서원이나 향교에서는 300~500년 된 배롱나무 고목을 찾아볼 수 있다. 강릉의 오죽헌, 안동의 병산서원, 서천의 문헌서원 등이 대표적이다.(128쪽)

안동의 병산서원 배롱나무를 직접 본 기억이 난다. 그저 오랜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볼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치 병산서원과 한몸인 양 그 자체로도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배롱나무를 알게 된 건 예전 근무지에 심어져 있던 아주 작은 나무를 발견하고부터였다. 신기하게도 한번 꽃이 피더니 여름 내내 피어있다가 조금씩 더운 기운이 사라질 때쯤 꽃이 떨어졌다. 어쩜 이리도 오랫동안 꽃이 매달려 있을까 싶었는데, 그 나무가 배롱나무였다. 누군가가 나무 백일홍이라고 일러주기도 했었다. 그때부터 배롱나무도 나의 정원에 들일 나무 목록에 포함되었다.

동백나무는 한겨울에 꽃을 피운다. 그래도 괜찮다. 동백꽃은 대표적인 조매화이기 때문이다. 동박새, 직박구리 등 한겨울 먹이가 부족한 새들은 동백꽃은 꿀을 빨아 먹고 꽃가루를 옮긴다.(218쪽)

동백꽃은 두말이 필요 없다. 지금까지 본 빨간색 중 가장 예쁜 빨간색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고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꽃이란 생각에 경건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겨울 새들에게 먹이를 나눠준다니, 얼마나 고맙고도 아름다운지. 베풀고 나눌 줄 아는 마음과 진리는 역시 자연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또 한번 느낀다. 우리 사회를 다시금 지탱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지혜는 자연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제주에서 후박나무 400그루의 껍질이 벗겨졌다는 뉴스를 보고, 그 조경업자가 실제로 후박나무를 제대로 알고 껍질을 벗긴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내 주변의 존재가 나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래서 주변의 존재에게 마치 자신을 대하듯 다정하게 구는 사람이라면 나무 400그루의 껍질을 무자비하게 벗겨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64-66쪽)

충격적이면서도 끔찍하단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400그루의 껍질을 벗기면 단 한번도 껍질이 벗겨지는 나무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못했을까 싶었다. 만약 나무가 아니고 사람이었다면, 이 정도의 엽기적인 행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자연이 인간과 다르다는 인식, 여전히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할 수 있다는 오만이 불러온 결과라는 생각을 했다.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인간의 잔인함이 무섭다.

천리포수목원으로 숲해설 들으러 가고 싶어졌다. 어느 계절이어도 다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사계절에 한 번씩을 다녀오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역시, 나무의사의 삶이 부럽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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