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이 안고 가야 할 이야기들...
nan7070 2026/04/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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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나쁜 무리
- 예소연
- 15,300원 (10%↓
850) - 2026-04-04
: 24,845
#너의나쁜무리 #예소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너의 나쁜 무리. 예소연 소설집. 한겨레출판 2026.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 있다. 예소연이란 소설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갖는 의미도 분명하고 각 작품들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맥락과 요소가 독자가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개성있는 전개가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쩜 이런 이야기를 이런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어느 소설 하나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고, 그래서 이야기 속에 흠뻑 빠져들도록 만들어주었다. 흥미로우면서도 단단하게 만들어져가는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가득했다.
"네가 뭔가를 보고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정말 내가 그걸 볼 수 있어?"
"마임? 그럼 볼 수 있지."
"그게 보이지 않더라도?"
"응."
"실체가 있는 것처럼?"
"실체가 있는 것처럼."(33쪽_'추운 뺨에 더운 손' 중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 그래서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 과연 어느 쪽이 맞고 혹은 맞지 않을까의 구분이 과연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인다고 있는 것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다고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이 사이의 균형과 실체를 어느 정도에서 맞추고 또 찾을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고, 이 문제는 각자의 삶에 대한 자세와 충실도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또한 믿음의 어느 한 지점을 향해, 그리고 그 향하고 있다는 마음이 지금의 나를 버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절연한 부모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이중일에게는 지금 유지하고 있는 이 이상한 평화를 깨트릴만한 용기가 없었다. 이토록 허무하게 살아내는 삶. 그게 이 중일이 정의 내린 이상한 평화였다.(45쪽_'작은 별' 중)
사람은 결국 자신의 행위와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진짜 아무 일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듯했다. 어쩌면 더 아무 일이라도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결국 체념과 포기가 어쩌면 또 다른 평화로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게 해준 마음의 공허한 상태일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자신을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중 1이요?'(51쪽)의 이중일에게는 있어 2는 무엇이고 그 중 1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동이 트고 있었다. 어제부터 오늘이야말로 낮이 오는 줄 모르고 밤이 오는 줄 모르게 살았다. 정말 사는 것 같았다. 모아는 그렇게 살아 있음을 감각하며 속삭이는 일은 정말로 사람을 살리는 것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시내는 자신이 살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이 모임을 만들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178쪽_'소란한 속삭임' 중)
가장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결국 살아내기 위한 속삭임이 필요했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 내막들이 하나같이 치열하고도 진지한 그들의 삶에 대한 진심이 가득 담겨 있어 어느 것 하나 쉽게 넘길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럼에도 각자의 각각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와 함께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아팠던 이야기들이 지나가고 또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들로 바뀌게 되었다. 이들이 이 신기한 경험을 스스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놀라웠고, 그런 경험을 통해 다시 살아내고 위한 방법을 절실하게 찾아나갔던 것이란 생각에 짠했다.
이 소설집은 만난 것이 참 다행이었다. 이 소설집 속의 인물들을 만난 것이 참 좋았다. 그래서 이들이 앞으로의 자신의 삶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 나갈 것인가를 다시 지켜보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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