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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 왕국
- 데이비드 스펜서
- 19,800원 (10%↓
1,100) - 2026-01-12
: 930
#뿌리왕국 #데이비드스펜서 #흐름출판 #서평 #책추천
뿌리 왕국. 데이비드 스펜서 지음/배명자 옮김. 흐름출판. 2025.
_식물은 어떻게 문명과 권력을 설계했는가
살아 움직이는 식물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다. 뿌리가 뻗어나가고 있을 그 흙과 땅속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읽었다. 마치 지금도 저 땅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생명과 균, 그리고 다양한 화학 작용과 소통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마치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의 아래가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 미약한 인간은 감히 알 수도 없을 정도의 거대하고도 은밀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겠다는, 한편으로는 가슴 떨리는 느낌을 받으며 읽었다. 한 권의 책을 읽은 것이지만, 마치 한 편의 다큐 영화를 본 듯한 감흥이 남았다. 식물과 자연이 만들어내고 있는 신비가, 물론 신비가 아니라 너무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은 그저 한없이 작고도 어리석은 동물이구나, 반성도 하면서.
환경과 자연에 진심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죄 짓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식물, 동물(인간 빼고)과 관련한 이야기라면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뭐든 알고 싶고 또 각성하고 싶은 마음으로 쫓게 되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읽었다. 식물은 동물에 비해서도 훨씬 잘 알지 못하는 생명이란 생각을 한다. 동물과 같은 즉각적은 행동 반응이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식물의 생명, 생존, 번성 등이 늘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궁금증이 조금 해소가 됐다. 아니, 해소가 된 정도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뜬 느낌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책을 읽고 나면 꼭 드는 생각 중 하나가, 나도 과학을 잘 아는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결국 과학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과학이 만들어내는 그 수많은 현상에 대한 진실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 우리의 세계가 과학과 더불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과학에 우리가 지금껏 배제하거나 등한시했던 것들이 모두 담겨 있으니까 말이다. 이 식물들이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인간은 지금이라도 잘 알아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인간이 너무 모르니까.
인상적인 구절이 너무 많았다. 분명 과학자의 책이면 내용이 어려워서 금방 지치거나 힘들어해야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책은 달랐다. 자꾸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고 심지어는 책을 읽으며 웃기까지 했다. 과학자의 유머가 나한테도 먹히다니.
"용량이 독을 만든다!" / 나는 이 명언을 지치지 않고 인용한다.(29쪽)
최소한 이쯤에서 우리는 식물도 공동체가 필요하고 다른 식물과 조화를 이루며 서로 의존한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리고 활발한 가족 단체대화방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크고 작은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원활한 의사소통이다.(92쪽)
인권비가 하루 2유로면 충분하다고 해서 먼 나라에서 재배되고, 이미 살충제와 엄청난 양의 식수가 없으면 재배할 수 없는 과도하게 개량된 꽃이 우리에게 필요할까? 우리의 토종 꽃들이 정말 그렇게 볼품없을까? 어쩌면 꽃의 언어에서도 리셋이 필요한 것 같다.(115쪽)
간략히 요약하면, 의미에서 세쿼이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식물의 90퍼센트 이상이 이런 공생 관계를 맺고 산다.(123쪽)
어쨌든 논란의 여지없이 확실한 건, 기후 위기라는 변화무쌍한 시대에도 안정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방식으로 먹거리를 계속 생산하려면 토양생물을 지원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134쪽)
결론적으로 말해, 식물과 인간은 함께일 때 강하다. 그러니 내면의 향을 모두 모아, 조금이나마 평화와 사랑을 퍼뜨려보자. 무장, 호전적 언어, 해충과의 생물학적 전투에도 불구하고, 결국 식물은 역시 사회성 생물이다.(187쪽)
식물과 인간은 종종 서로 경쟁하는 거대 집단이다. 하지만 둘이 협력한다면, 무적이 된다.(260쪽)
어쩌면 내 관심으로만 책의 내용을 쏙쏙 골라 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했다 하더라도 너무 감동이었다. 인간이 형성해놓은 사회라는 구조와 욕망이 식물의 세계 안에서는 너무도 하찮게 보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식물은 묵묵히 자신이 맡은 몫의 부분을 수행해내고 있었다. 그에 비해 인간이 그 보조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었고 말이다. 왜 단순히 식물의 뿌리, 뿌리의 생태 혹은 삶 정도로 설명하지 않고 <뿌리 왕국>이라고 지칭했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이 모든 표현이 인간 중심의, 인간적인 표현인 것은 사실이나 이런 비유가 인간의 삶과 대등한 세상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괜히 더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왜 우리에게 과학이 필요한지 제대로 알았다. 과학자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하는 이유를 다시 깨달았다. 앞으로 찾아 읽어야할 책의 분야가 확실해졌다.
덧_
<사실은 의견일 뿐이다>의 옌스 포엘이 동료라니! 이 두 책을 모두 읽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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