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nan7070 2025/12/3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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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잠에서 깨다
- 정병호
- 20,700원 (10%↓
1,150) - 2025-12-04
: 1,510
#긴잠에서깨다 #정병호 #푸른숲 #서평 #책추천
긴 잠에서 깨다. 정병호 글 구술. 푸른숲. 2025.
_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우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계기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다고는 서술하고 있으나, 저자의 삶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건 분명, 저자의 생각과 판단, 그리고 신념이 있었고 또 그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일이 아니고 또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누구든 시간과 힘을 들여 일부러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 일을 했고 힘을 다해 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과정을 함께 했고, 그러면서 다양한 긍정적 영향과 파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영향이 앞으로도 내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여전히 일본을 향한 강한 역사의식을 이유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역사적 인식이 쉽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과거를 청산, 이란 말을 쓴다고 한다면 난 반대다. 과거는 청산이 되지 않는다, 절대. 청산의 관점으로 접근한다면 그저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 대화와 소통이 필요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사람 간의 관계든 국가 간의 관계든, 관계를 회복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두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 실제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다.
오늘날 일본 사회가 여전히 누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인식은 '연루implication' 개념과 연결된다. 일본의 젊은 세대는 과거사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과거에 일어난 범죄 행위의 결과물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삶의 기반으로 삼아 누리고 있다. (...) 나는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가 과거사 문제에 참여하도록 언어화하고 이해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57쪽)
과거의 세대가 지나고 그 다음의 젊은 세대의 시대가 왔다고 해서, 과거의 세대가 한 잘못에 대해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맞다. 문화라는 것은 과거의 경험이 그대로 축적되어 현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과거와 현재를 나누어 구분해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과거가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그래서 '연루'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유골발굴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이들은 서로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일상적으로 교류하게 됐다. 또한 조금씩 자신의 인생 진로를 바꾸기 시작했다.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 작업은 새로운 세대 간의 진정한 만남과 서로의 문화 이해를 위한 하나의 문화인류학적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90-91쪽)
그래서 어쩌면 더욱, 계속 다시 젊은 세대에게 끊임없이 이런 협력과 교류의 자리를 마련하고 대화,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의미있게 다가왔던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유골발굴과 관련한 이야기만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이런 과정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다시 유골이 돌아올 수 있었다는 감상만을 전달하고 있지 않고, 이 과정을 통해 앞으로 어떤 미래를 설계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지향점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과거와 역사를 이야기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었다. 역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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