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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 예소연.전지영.한정현
  • 13,500원 (10%750)
  • 2025-12-22
  • : 1,180
#우리사이에금지된말들 #예소연 #전지영 #한정현 #얽힘

우리 사이에 금지된 말들. 예소연 전지영 한정현. 다람. 2025.

정주못. 이곳을 중심으로 한 여자들의 이야기 세 편이란 생각이 들었다. 분명, 여자들의 이야기였다. 아빠가 등장하고 또 남자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자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여자들이 무엇을 지키고 또 무엇을 붙잡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같은 여자로서,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이 이야기들을 보며, 뭔가를 더 단단하게 다짐하고 싶어지는 느낌이었다. 무엇을 다짐해야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아도 막연하게나마, 괜히 몸을 바로 세우고 힘을 주어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듯한 느낌.
각 소설들이 갖고 있는 지향점이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때론 자신의 상황과 상태에 좌절하고 힘드기는 하지만,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원인이 자기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자책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는 듯 툭, 그동안 자신을 잡아 끌어내리려는 무언의 힘을 끊어내고, 다시 제 힘으로 서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쉽게 호락호락 넘어갈 수 없다는 다부진 마음도 함께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각 소설의 주인공들의 삶이 쉽지만은 않을텐데도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 덩달아 이들에게 기운을 다시 불어넣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향한다는 목적이 없어도, 그저 이렇게 서로에게 기대다보면 언젠가는 그 모든 것의 이유도 의미도 알게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러니, 목적이 찾아지지 않는다고 힘겨워할 것 없이, 이 시간과 기간을 꿋꿋하게 잘 지내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전지영 <나쁜 가슴>
그러고보니, 나도 나쁜 가슴이었다. 죄책감도 가졌고 또 뭐든 문제의 원인을 우선은 나 자신에게서 찾으려 애썼던 것 같다. 이 생각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내내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 첫번째 이유는 늘 엄마였으니까. 엄마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압박과 억압이 엄마라는 단어가 가져야하는 사랑과 희생에 묻혀 늘 강제되어왔었다. 이해되지 않는 지점은 늘 엄마의 몫이었고, 엄마가 감당할 수 있어야만 엄마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었다. 늘 여러 몸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하는 짐은 엄마에게 있었으니까. 혹은, 여자에게 있었으니까.
그래서 김유진 씨가 지유에게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하는 훈련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누군가로부터 지켜야하는 몸은 왜 늘 여자의 몸이어야할까, 여자의 신체가 왜 언제나 공격의 대상이어야 하고, 그 공격자에게는 어느 누구도 눈을 흘기지 않는데 왜 피해보는 여자들만 늘 다양한 시선 속에 놓여야만 할까, 싶어서.

한정현 <가짜 여자친구>
가짜 여자친구의 행동이 마음에 확 와 닿는다.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마음과 단호함이 고모의 행동에서 여실히 느껴졌다. 누군가의 눈에는 과하거나 혹은 나대는 모습으로도 비춰진다. 그런 이야기를 곧잘 들어왔던 것이, 행동하는 여자들이었으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이제는 사회적 폭력이 되었고, 이건 모든 경우에 적용되어야 한다. 생각했으면 행동하고 움직여야 한다. 어떤 것에도 굴하지 말아야 하며, 무엇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폭력인지, 제대로 사회에 한방 먹여줄 필요가 있다. 행동하면 바뀐다는 것도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무엇을 향해 자신이 나아가야 하는 지를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디카 안에 얼마나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을지가 새삼 더 궁금해진다. 그 사진 속 이야기들이 사회에 공개되었을 때 파장이 생각보다 크겠지. 그 파장이 일으키는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예소연 <나의 체험학습>
우리가 갖고 있는 불안이 불행한 현실이 되어 나에게 닥쳐올 거라는 믿음은, 우리 모두에게 조금씩은 있기 마련일 것 같다. 괜한 나의 마음 하나가 그 다음 사건의 원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그로 인해 나에게까지 무서운 일이 닥치게 될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그리고 우린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도, 그런 마음을 갖게 만드는 사회적 시선과 부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런 부담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 못하고 전전긍긍 모두 자신의 일인 것처럼 받아들여 끌어안고 고민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겪게 되는 불안한 예감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미미 이모가 참 멋지다. 자신의 소중함을 끝까지 지킬 줄 안다는 것이 대단하다. 그런 멋짐을 본받고 싶기도 하다. 수이가 갖고 있는 마력이 어쩌면 미미 이모 덕분에 조금씩 줄어들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기도 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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