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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헌 옷 추적기
  • 박준용.손고운.조윤상
  • 17,100원 (10%950)
  • 2025-11-28
  • : 1,705
#헌옷추적기 #한겨레출판 #서평단 #서평 #책추천

헌 옷 추적기. 박준용 손고운 조윤상 지음. 한겨레출판. 2025.
_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무척 불편했는데, 이 책을 읽은 후에도 불편한 마음은 해소되지 않았다. 늘 옷과 관련해서 어떤 똑부러진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막연함이 있었다. 옷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늘 고민이 되곤 했다. 그저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옷을 새로 사지 않는 것, 지금 갖고 있는 옷을 최대한 살려 입는 것, 그리고 최대한 천연소재의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이 정도였다. 물론, 이것도 쉽게 잘 지켜지지는 못했다. 때에 따라 필요에 따라, 최소한의 소비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 이를테면, 속옷을 안 사고 안 입고 지낼 수는 없으니까, 하는.

의류수거함. 정말 말 그래도 불편한 진실이다. 알고는 있었다. 제대로 재활용 혹은 재사용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리고, 곳곳에 너무 많은 의류수거함이 다양한 이름으로 설치되어 있다. 옷을 버릴 때 의심없이 넣어도 된다는 듯이, 당연히 옷은 수거함에 넣으면 깔끔해진다는 듯이, 의류수거함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다보니, 깊게 생각하지 않고 옷을 버렸다.

헌 옷 수거함에 옷을 버리고 돌아서면, 그 옷을 잊었다. 꽤 후련하다는 마음까지 들었다. 낡고 유행이 지난 옷을 보는 시각적 고통과 먼지에서 해방되어서일까. 사고 싶은 옷을 두기 위한 공간도 넓어진다.(205쪽)

나 역시도, 옷을 버리고 내 옷장이 가벼워진 것에 만족했다. 나도 책에서와 같은 마음으로, 사실은 현실을 외면하고 눈감았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눈감고 지낼 수는 없다. 불편하다고 외면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닌 것을 너무 잘 안다. 이 책을 읽으며 너무 찔리고 반성이 됐다면, 그 이후 행동이 바뀌어야하는 게 맞다. 나로인해 누군가가 고통을 받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는 일이니까.

옷 외에도 다양한 환경과 관련한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결국 도달하게 되는 종착지가 있다. 힘과 권력. 아무리 개인이 환경을 위해 다양한 실천과 활동을 하더라도, 힘과 권력을 갖고 있는 이들이나 조직, 기관이 움직이지 않으면 쉽게 바뀌기 어렵다는 생각. 이번에도 여실히 느꼈다. 옷이 버려지는 문제, 산처럼 쌓이고 또 소각되며 땅과 자연, 동물과 인간에게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과정에서, 이 모든 것의 책임이 오롯이 옷을 사고 버리는 소비자에게 초점이 맞춰져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결국 이런 일들의 책임의 일정 부분 이상은 생산자에게 있음을 분명해 해야하는 것이다.
얼마 전 호주에서 청소년의 SNS 사용을 규제하는 법이 통과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청소년의 SNS 사용과 관련해 전적으로 기업이 책임지도록 한다고도 발표했다. 이 부분이 획기적이면서도 놀라운 부분이었다. 지금까지는 어떤 유해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마치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책임으로만 치부하고 공격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런 문제가 발생될 수 있게 한 원인 제공인 제조, 혹은 생산자가 문제를 해결할 방안까지 마련해야한다는 책임을 분명히 한 부분이었다.
옷의 문제에 있어서도 같은 방식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책임져야 한다. 만든 사람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한다. 소중한 제품이고 고급스럽게 사람들에게 선택받기를 바라는 옷이라면, 기꺼이 그 옷의 끝까지를 모두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생산자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문제는 법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기업이나 혹은 국가에 그 책임을 다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을 이해시키고 또 법으로서 효력이 발생되기 위해서도 거쳐야 할 관문이 너무 많고 험난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때까지 이 모든 과정을 다시 눈감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도 여전히 그 많은 곳의 많은 사람들은 고통 속에 방치되어 있으니까.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버린 옷 한벌이 쌓이고 쌓여 많은 사람들을 힘겨운 삶 안으로 집어넣고 있다는 것, 나의 생각과 행동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지금 아무생각 없이 했던 행동을 우선은, 멈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런 마음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됐다. 지금도 최소한의 옷 소비만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더욱 소비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 더 많은 고통을 내 손으로 만드는 일에 동참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을 다시 먹게 되었다. 이 마음이 약해지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이와 관련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했다.

덧-
현재 거의 매일 입고 있는 옷이 있다. 사실, 나의 옷은 아니었고 내 아이들이 어렸을 적 있었던 옷이다. 지금 대학생이 된 첫째가 초등학생 때 입었던 옷이니 꽤 시간이 지났다. 아이들이 안 입은지는 오래됐고, 아까워서 내가 내내 갖고 종종 입었었다. 올이 풀리고 낡은 티가 나가는 하지만, 요새 더욱 요긴하게 입고 있다.
새벽 러닝을 할 때 찬바람을 막고 가볍게 입고 달리기 좋아 방안 러닝 복장으로 당첨! 적당히 몸에 꼭 맞고 또 폭신해서 입었을 때 불편함이 없이 좋다. 이 책을 읽었으니 더욱, 앞으로 10년은 충분히 더 입고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결심만으로도 한편에 갖고 있던 죄책감이 조금 해소되는 듯한 착각이 든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었지만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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