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도>로 확인한 정조의 마음...
nan7070 2025/12/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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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차도>로 따라가는 정조의 화성행차
- 한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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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0) - 2025-11-25
: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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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도>로 따라가는 정조의 화성행차. 한영우. 효형출판. 2007(2025)
수원에 살면서 화성행차 재현 행사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도 몇 번 행차를 보기 위해 화성행궁 근처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도 하고, 집 근처 만석거 공원 주변에서 행차를 또 행사 교대의 모습을 보기도 했다. 몇 년 전에도 행사 때 비가 많이 왔었는데, 올해도 행사 전날부터 비가 왔다. 다행히 많이 오지 않아 사람들의 고생이 덜하겠다는 이야기를 지인과 나누기도 했다. 재현 행사마저도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고 또 준비가 만만치 않을 것인데, 실제 정조의 화성행차는 얼마나 더 어마어마했을까. 그림으로만도 끝도 없이 나열되어 나오는데 실제로 동원된 인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니, 그저 입이 딱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다.
우리는 지나가는 말로, 비가 와서 혹은 날이 나빠서 등의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다녀와야하는 임금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신경쓰였을까. 혼자 가볍게 나서는 외출과는 차원이 다른, 1년을 준비해서 다녀와야했던 8일의 원행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구나 싶다.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허투루 어느 것 하나 마음대로 쓰지 않으려하고 또 고생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한 흔적들이, 역시 군주다운 모습이었단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요새 들어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리더로서의 역량이 있는 것인가를 자주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정조는 충분히 신하와 백성들의 스승으로서의 면모를 모두 가진 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어떤 생각과 마음을 품은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그 성장 속에는 어떤 깊이 있는 사색과 고민이 담겨 있었을까, 하는 애틋한 마음도 동시에 든다. 혜경궁이 목놓아 우는 장면에서 왕이지만 자식의 입장으로 마음이 허둥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모습. 늘 한발 먼저 당도해 어머니를 맞이하고 모든 식사와 거처를 점검하는 자신의 모습도 참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정조가 처해있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환경, 그 역사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마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평범할 수 없었고 또 쉽지 않았던 가족사 안에서 자신이 스스로 일어서지 않으면 안 되었던 임금으로서의 자리가, 정조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든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스스로 세운 기준과 가치관을 철저히 지켜나가기 위한 강인한 정신을 잃지 않으려했던 모습도 동시에 확인이 됐다.
수원 화성은 걸어서도 종종 찾게 되는 곳이다. 그곳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문화, 역사적 가치와 의의도 방문할 때마다 자주 생각하게 된다. 어떨 때는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과 너무 가까이 있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그 이상을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칠 때도 있다. 너무 당연한 듯 우리 옆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정조의 마음이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행차 중간중간에도 늘 백성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 해결해주려했던, 어쨌든 임금이 지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백성들의 우는 소리를 들어주고 달래줄 선물을 주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마음. 백성들에 대한 생각을 늘 마음에 품고 있었다는 느낌. 그 느낌이 제일 큰 것 같다.
분명 조만간 화성행궁을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수원 화성의 성벽을 보고 또 성벽을 따라 걷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너무 익숙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나쳤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다음 방문 때는 그 마음이 조금은 남다를 것 같다. 괜히 이곳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란 생각에 으쓱, 뿌듯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의 제작의 이유처럼, 이 책이 외국인 방문자에게-꼭 외국인만이 아니라 타지에서 온 광광객들에게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거대한 기록을 어느 누가 할 수 있었을까 말이다. 바로, 정조였으니 이 모든 기록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닐까. 또 다시 감탄하게 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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