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공원에서 산책을...
nan7070 2025/12/1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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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한 공원에서 만나
- 오미경
- 12,600원 (10%↓
700) - 2025-05-26
: 146
#망한공원에서만나 #오미경 #소설 #다른출판사 #서평단 #서평 #책추천
망한 공원에서 만나. 오미경 소설. 다른출판사. 2025.
망 공원.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다른 것들을 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딱 맞는 것 같다. 수하에게 있어서 지금은 딱, '망'으로 읽기 쉬운 상황이니까. 그런 상황을 다시 '희망'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해준 존재가, 공원에서 만난 존재들이다. 처음엔 <망한 공원에서 만나>가 무슨 뜻일까 무척 궁금했다. 공원이 망할 수가 있나, 망한 공원에서 무슨 험악하고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닌가, 자칫 공원이란 곳이 생각보다 음침할 수도 있어서, 인적이 드물어지는 공원에서의 일이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었다.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봤을 때의 생각이 그랬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책의 표지가 너무 예뻤다. 이런 예쁜 표지의 이야기가 험악한 이야기로 채워져있으면 안 되지 싶었다. 그리고 나서 읽은 책의 내용은, 그런 모든 불안과 걱정을 사라지게 만들기 충분한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던 부분이, 수하가 이온과 민들레를 만나고 교실에서 웃게 되는 장면이다.
민들레는 다리를 들어 튼실한 허벅지를 보인 뒤, 뒤돌아 단단한 엉덩이를 손으로 두드렸다. 수하는 엄지 척을 하며 처음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103쪽)
지금 수하에겐 이렇게 웃을 일이 없다. 집, 부모님, 이사와 전학, 그리고 삼각형의 방까지. 그래서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뛰쳐나와 공원을 향했던 것이고, 그런 이유에서 더욱 웃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 덕분에 수하가 웃었다. 이미 이 웃음으로 수하가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어둠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시작이 되어 수하의 마음의 빗장도 조금씩 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걸 보면, 사람의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고, 또 사람과 고양이의 연결이 다시 사람을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어짐의 마음이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그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있다. 슬픔이나 아픔을 한 가지 이상씩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고 전해받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희망 공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위로받는다는 것이 딱 맞는 소설인 것이다.
이런 '망한 공원'이라면 나도 그 공원으로 매일 산책을 나가고 싶다. 공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불편하고 어려운 이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고, 그들과의 연결을 통해 다시금 따뜻함을 전달받고 싶다.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운을 받아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 그런 산책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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