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의 추억으로 앞으로의 삶을...
nan7070 2025/12/1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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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
- 비르지니 그리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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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5-11-30
: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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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 비르지니 그리말디 소설. 저녁달. 2025.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이 세상에 딱 한 명만 있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이어도, 그 기억 안에 단 한 순간만이라도 따뜻한 순간이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숨 쉴 구멍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엠마와 아가트 자매에게 있어서 할머니는 그런 존재였고, 엠마에게 있어 아가트는 그런 언니였다. 그리고 아가트로 인해 엠마는 버틸 수 있었다.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쉬운 방법이 그런 존재를 찾는 것, 그 존재의 품으로 들어가는 것, 그 따스한 온기를 느끼는 것이었고, 이들은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기댈 곳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서로가 의지할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을 다 읽고난 뒤 두 자매가 티격태격 했던 모든 순간들이 다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들은 이미 마음 가득 서로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듬뿍 안고 있었고, 그 사랑의 방향이 서로에게 향해있었던 것이다. 여차하면 언제든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어린시절을 지나오면서 버기기 위한 생존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가 안고 있던 마음의 아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리고 서로에게까지 그 고통이 넘어가게 놔두지 않기 위해. 그러니까,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의 마음이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엠마가 아가트에게 제안한 이유를 알게 된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가 찡해졌다. 그리고 왜 소설의 제목이 <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인지 그제서야 알았다. 이들이 '이곳', 즉 할머니와의 모든 추억이 담겨 있는 공간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있었을 것이고, 이곳은 바로 그 안정감 안에서 이들은 어느 무엇으로부터도 공격받지 않을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오면서 순탄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런 삶으로부터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고 마음 편안해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삶의 힘겨운 순간들마다 이곳을 떠올리며 버텼고, 이곳으로 향하는 마음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이 이 공간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던 매우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가장 평온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의 마음이 넘쳐날 수 있는 곳, 누군가의 보살핌으로 따뜻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할머니의 집이었던 것.
공간이 갖는 의미가 그래서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집'이라는 공간은 늘 사람을 품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집은 그냥 단순히 공간의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고 그 집의 사람과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집은 곧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도 존재했던 추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기 때문에 공간은 사람을 오래도록 품고 그 추억이 머무르게 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엠마가 아가트에게 할머니 집에서의 시간을 제안했던 것도, 그래서 함께 그 시간을 보내며 확인할 수 있었던 마음도 모두 다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들마저도 엠마가 아가트에게 남겨두고 싶었던 추억의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런 언니 엠마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져 더욱 감동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서 있다.
더 나아가, 나는 살아 있다.
언니 말이 맞았다. 잭의 죽음이 영화의 끝은 아니다.
아직도 연기해야 할 장면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342쪽)
아가트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추억이 많다. 그 추억들을 만들어준 이들 덕분으로 아가트는 또 그 다음을 잘 살아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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