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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못갖춘마디
  • 채기성
  • 12,600원 (10%700)
  • 2025-10-30
  • : 1,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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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갖춘마디. 채기성 장편소설. 사계절출판사. 2025.

이 소설을 읽으며 계속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혼났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 올라와 한참 그 감정이 마음에 머물러 있었다. 소이와 우제가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을 겪고, 어디에서도 그 상처와 아픔을 치유받을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자신의 속과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방법조차 미처 알지 못하는데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가슴이 차곡차곡 쌓아놓기만 해야 되니, 모진 시간들만 계속 쌓이게될 뿐이었다. 그러니 그 상처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고, 삶의 의욕마저도 잃기 쉬어지는 것이다.

"안 하려고." / "뭐? 그게 무슨 소리야?" /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나 이제 음악 안 해." /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어쩌지.' / "재미없어졌어."
우제가 기지개를 켜듯 양팔을 위로 쭉 뻗었다.
"다 시시해." / 우제의 눈가에 가득한 권태와 열의 없음에 나는 질릴 것만 같은 심정이 되었다.(57쪽)

하지만 그 중 다행인 건, 소이가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신의 속마음에 대해서, 우제에 대해서,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해서 말이다. 소이가 놓지 않고 있었던 그 관심의 끈이 결국은 그 모든 것을 이어지는 계기가 되고, 그 계기를 통해 다시 모든 이들이 힘을 내어 다시 설 수 있도록 해주었다. 결국, 그런 마음이 또 다른 마음을 끌어들이고, 그런 마음들이 엮여서 다시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다. 그러면서 소이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아빠의 마음을, 소이 자신의 마음에서 답을 찾게 되었고, 그런 마음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본인 스스로도 어떤 마음으로 다른 이들과 세상을 바라봐야할 것인가를 알아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람이 누구든......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돕는 일이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그런 거야, 아빠는."(129쪽)
나는 목청을 돋워 외쳤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나를 던지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이번이 두 번째야. 내가 너 구한 거."(42쪽)

그리고 아빠의 마음은 고스란히 소이의 마음으로 다시 나타나고 있었다. 우제에 대한 소이의 궁금증이 결국은 아빠가 가지고 있던 당연하다는 마음과 무척 닮아있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준비되는 때는 안 오는 것 같아."(...)
"불완전하게 시작해도, 음악은 어쨌든 이어지잖아. 그래서 기억해. 불완전하게 시작해도 괜찮다니, 재미있다고 생각했거든. 다들 헷갈려서 맨날 시험에 나오기도 했고."(183쪽)

어느 누구도, 어떤 순간도, 완벽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떨 때는 완벽해지고 싶다는 마음을 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뭐 어때, 하는 마음과 비슷하게. 그리고 그런 완벽하지 못한 순간을 그 순간대로 즐기다보면, 어느 순간 그 다음으로 넘어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마치 못갖춘마디처럼. 시작은 불안해 보여도 그 다음이 계속 불안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더욱, 뭐 어때, 이 정도여도 충분하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못갖춘마디가 연결되고 또 합쳐지는 그 순간, 완벽해질 수도 있으니까. 마치 소이와 우제처럼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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