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대한 전...
nan7070 2025/09/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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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전 대 호랑전
- 정현진
- 14,220원 (10%↓
790) - 2025-09-12
: 4,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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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 대 호랑전. 정현진 그림책. 창비. 2025.
이제 곧 추석이다. 한가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는 말이 있듯이, 1년 중 가장 풍성하고 넉넉한 시기가 추석이다. 가을이란 무릇, 곡식도 과일도 고루 추수하여 모두와 함께 나눌 수 있는 때이니 말이다. 그래서 다른 명절보다도 더 행복하고 기분 좋아지는 명절이 추석이지 않을까. 그런 추석, 그것도 긴 연휴가 금방 온다. 그래서 기대가 크다.
그런 연휴에 꼭 알맞은 <토끼전 대 호랑전>이다. 우리가 '~전'이라고 제목이 붙을 때는 '이야기, 전기, 전승된 이야기' 등을 뜻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도 토끼의 이야기, 호랑이의 이야기라고 읽을 수 있겠지만, 반전이다! 이때의 '~전'은 '생선이나 고기, 채소 따위를 얇게 썰거나 다져 양념을 한 뒤,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지진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의 바로 그 '전'이다! 표지 그림에서와 같이 토끼와 호랑이가 각각 뒤집개를 손에 쥐고 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로를 보고 있고 이 둘 뒤로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니, 이들이 서로를 라이벌이라 여기고 대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 책 제목 위에는 '명절맞이' '부침개 대결'이란 말이 보인다. 아하! 그리고 책 아랫쪽으로 버젓이 다양한 종류의 전이 한가득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다. 이쯤이면 눈치만으로도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내내, 전 대감 댁 업둥이가 토끼전과 호랑전 중 어느 쪽을 승자로 결정할 지에 대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따라가며 읽었다. 둘의 실력도 맛도 비슷할 것 같고, 토끼와 호랑이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그 뒷이야기도 예사롭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누구를 승자로 해도 이상할 것 없지만, 승자가 되지 않은 쪽을 또 어떻게 이해시키고 달래줄 것인가가 고민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며 혼자 어떡해 해야하지, 만약 내가 업둥이었다면 난 어떤 결정을 내려야하는 걸까, 고민에 고민을 하며 책을 따라 읽어나갔다. 한편으로는 나에게 판결을 내리라고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육감 중에 빠진 하나는 화합!
명절 음식의 미덕은 함께 만들고 나누는 것이지."
그러니까 말이다. 나도 토끼, 호랑이와 함께 넙죽 절을 할 뻔했다. 반성의 의미로 말이다. 그저 승자를 가려야한다는 생각만을 갖고 이 이야기를 읽어나갔으니, 진짜 명절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지 못하고 그저 둘 중 하나의 결과만을 궁금해 한 짧은 생각을 반성했다. 그리고나서 생각해보니, 진짜 그랬다. 시합, 경기, 대결 등 누군가와 중 누가 더 우위를 차지할 것인가를 다툴 때 왜 다투어야 하는지, 승패를 분명히 나누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만약 업둥이가 이 대결의 승자를 결정했다면 그 결정은 업둥이 개인의 생각일 수도 있는데 그 한 사람의 결정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데에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껏 아무렇지 않게 갖고 있던 생각의 흐름을 한순간 뚝! 잘라내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허를 찔렸다고나 할까.
이런 게 우리 옛 이야기의 묘미이지 않나 생각했다. 분명 이 그림책은 판소리의 느낌을 듬뿍 살린 이야기였다. 판소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풍자와 해학. 특히 이 이야기에는 동물을 통한 우화의 기법도 가미되어 있으니, 인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쓴소리가 제대로 들어가 있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인간들, 서로 물고 뜯고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 있는 모습 반성하고, 서로 사이좋게 함께, 나누며 넉넉해지는 마음을 가지며 살라고, 교훈을 주는 이야기인 것이다.
앞으로 명절 때마다 전을 부칠 때면 토선생과 호선생, 그리고 업둥이, 아니 찬슬이가 생각날 것 같다. 그들이 마당 가득 펼쳐놓고 부치는 부침개, 전을 맛보러 찾아가, 나도 실력발휘 제대로 해가며 함께 어우러져 실컷 전을 부치고 와도 좋을 것 같다. 그런 마음의 추석이 오고 있다. 이번 추석, 집에 기름 냄새 한번 풍겨봐야겠다. 역시, 명절은 전이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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