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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당근이세요?
  • 표명희
  • 13,500원 (10%750)
  • 2025-03-21
  • :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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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세요?. 표명희 소설집. 창비. 2025.

4개의 소설이 담겨 있는 소설집니다. 이미 표명희 작가에 대해서는 믿음이 있으니 이 책 역시도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물론, 그동안의 작가의 이미지와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표지 그림. 역시, 작가의 말에서처럼 작가는 청소년소설집은 처음이란다. 이해가 갔다. 표지에서 이미 느껴졌고, 소설을 읽으면서도 다른 느낌을 받았으니까. 물론, 이 소설집 역시 난 참 좋다. 마음에 든다. 작가의 생각도,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의도도 다 좋다. 그냥, 앞으로 표명희 작가의 작품은 안 읽어봐도 다 좋을 것 같은 그런 믿음이 더욱 생겼다.

공짜를 바라지 않는 건,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자기 몫에 만족하는 태도이며 그것이 곧 최소한의 정의라는 것이 엄마의 논리다. 그것만 지켜져도 세상은 살 만한데 사소한 욕심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삶이 불행해진다는 것.(39쪽_'이상한 나라의 하루:당근이세요?' 중)

좀 찔리기도 했다. 이 세상은 사실, 이런 별 거 아닌 욕심에서부터 크고 거대한 욕심을 부리는 것에서 모든 문제가 만들어지는 것일 수 있는데 말이다. 나도 이런 사소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그 욕심을 버려야하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더 좋은, 혹은 더 행복한 삶을 바라는 것이 마치 공짜를 바라는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면, 조금 덜 좋거나 덜 행복해도 괜찮을 거 같다. 욕심을 버리자, 싶다.
그러면서, 이 소설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론을 다 읽고나서, 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소설의 결말이 없는 듯 보여서. 이렇게 소설이 끝난다고? 이게 진짜 결말이라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보고 들춰보기도 했다. 내가 소설을 잘못 읽었나? 이 모든 의문이 작가의 설명으로 풀렸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란 제목을 마주보는 순간 모든 설명이 되었다.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그래서 제목도 <이상한 나라의 하루>였구나 했다. 이런 요소가 재밌는 것 같다.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아주버님 생일날 면회 다녀오시고 며칠 뒤에 있었던 일이었나 봐요. 광주에 투입된 게......'(102쪽_'오월의 생일 케이크' 중)
'그걸 어떻게 보상해? 국가가 어떻게 보상하냐고! 돈으로? 웃기지 말라고 그래!'(105쪽_'오월의 생일 케이크' 중)

작가가 놓치지 않고 드러내고자 하는 생각이 바로 이런 식이었다. 분명, 인물들의 행동과 판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가 그리 작거나 가볍지 않다는 것에, 나도 시선과 생각이 잠시 그 이야기에 머물렀다. 이 소설을 그냥 쉽게 읽어 넘길 수 없게 만드는 요소인 거고, 이러니 쉽게 세상으로 나갈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지 싶었다.

'똥은 누가 치우고?' 그것이 녀석을 향한 첫마디였던 것이다. 관계의 첫 단추가 끼워진 그날은 진서의 열세 번째 생일이었다.(118쪽_'개를 보내다' 중)

이 한 마디가 그 작은 개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싶다. 어쩌면 진주는 이 말을 다 알아들었던 건 아닐까. 인간의 말을 다 알아들으며 그런 인간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면 안 되겠다는 일념으로 식분증의 행동을 했던 것은 아닐까. 인간이 얼마나 동물을 함부로 대하고 있는 건지, 같은 동물이면서 인간이 그럴 자격이나 있나 싶어 조금 화도 났다.

원장이 똥 무더기를 구덩이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동물병원 원장답게 그는 언제나 사람과 개를 나란히 놓았다.(137쪽_'개를 보내다' 중)

이 원장이 뭘 좀 아는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우리 사는 세상에는 좀 더 많이 필요한데 말이다. 이런 마음으로 동물을 대하고 또 인간을 대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생명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예쁜 장난감 하나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주인의 태도로 자기 멋대로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식이라면, 이러면 안 되지 싶은 것이다.

어쩌면 점점 <딸꾹질>의 엄마와 아빠처럼 살면서, 상황에 따라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 소신을 바꾸며 살아가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서서히 사회의 나쁜 부분들에 물들어가고 또 다른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함께 가고자 하는 것은 아닐지. 자신이 끝까지 버리지 말아야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조금씩 세상에 물들어가는 것이, 어른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삶의 방법은 아닐까도 생각해보고 됐다. 우리가 흔히, 나쁜 건 쉽게 물든다고 한다. 결국 지완이마저...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딸꾹질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남들은 알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잘 알고 있는 딸꾹질.

이 책을 읽으며 조금 두렵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모습은 어느 쪽일지,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있을지, 무섭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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