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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정원의 책
  • 황주영
  • 16,200원 (10%900)
  • 2025-06-26
  • : 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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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책. 황주영 지음. 한겨레출판. 2025.

정원과 독서, 무척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이 둘은 그 단어만 들어도 살며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참 좋다. 누구의 강요 없이도 자연스레 마음과 몸이 향하게 되는, 그런 단어들이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둘이 우리에게 주는 공통점이 있고, 그 공통점이 이 책에 각 책터로 묶여있다. 치유, 사랑, 욕망, 생태. 정원의 책을 통해 배우고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와 태도들인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이 가치들이 어떤 작품과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하나씩 다시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까지 덧붙여 주고 있기도 했다. 지금은 아쉬운대로 방 안에서 작은 화분들을 바라보며 이 책을 읽었지만, 다음에는 더 넓은 정원 안에서 이 책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아마 분명, 지금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해보지 않아도 익히 당연하게 짐작할 수 있다. 정원은 너무나 그런 곳이니까.

메리에게 비밀의 정원을 들여다보고, 죽은 풀과 잡초를 제거하고, 새싹을 심으며 돌보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일이었다.(...) 메리가 정말로 회생시키려 한 것은 정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을 것이다.(30쪽)

자기 자신과 정원 둘 모두를 회생시키려 수 있는 것.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정원인 것이다. 그러니 정원에서는 가장 중요한 생명, 즉 삶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상처받고 아프고, 그래서 사그러지는 듯한 생의 기운을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가 정원이고, 그런 정원을 가꾸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가꾸며 회복시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른 생명을 통해 자신의 생을 보살피고 돌보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마음이 치유되는 것이 가능해지는 정원의 독서인 것이다.

그는 이제 아름다운 정원도, 폴리아도 없는 현실로 돌아왔다. 얄궂게도 그날은 사랑의 계절인 5월의 첫날이었고, 그는 혼자다. 이는 키테라섬과 그곳의 영원한 봄의 정원 또한 좋으나 어디에도 없는 장소인 유토피아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그 좋은 장소를 꿈꾸고 누리기 위해 폴리필로의 낙원을 떠올리게 하는 정원을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꿈처럼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 꿈을 좇으니까.(104쪽)

그러니까 말이다. 유토피아, 어디에도 없는 곳, 그래서 더욱 동경하고 갈망하게 되는 공간, 바로 그 꿈과 같은 공간. 분명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곳을 좋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지점이 있는 것이다. 그런 공간으로서의 정원, 그 정원을 통해 꿈꾸는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곧 사랑일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득 안고 또 다시 정원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게 되는 것이겠지. 어쩌면 그런 마음의 여정이 곧 삶인지 않을까. 그런 마음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만해지는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사실 이런 '작은 집'은 이런 목적으로, 유혹을 위해 설계되었고, 정원 또한 외 공간이지만 나무와 강 등으로 여러 겹으로 둘러싸여 있어 연인들을 아늑하게 지켜주는 닫힌 공간이다. '작은 집'의 정원은 사랑의 정원, 유혹의 무대다.(165쪽)

밖이면서 안이고, 열려있으면서 닫혀있는 공간으로서의 정원. 그래서 한편으로는 무척 내밀하고 고혹적인 공간, 그래서 사람의 가장 일차원적인 욕망의 발현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어내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사랑이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이고 소중한 감정이고 그런 감정이 또 다른 욕망과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갈망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그러니 끊임없이 이런 유혹의 과정 안에 사람은 놓이게 되는 것이고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이 정원이 되는 것이다.

정원이 이토록 다양하게 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지금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정원은 정원으로서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이지만, 인간이 이 모든 것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뿐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 정원의 또 다른 매력이고, 그런 정원이 그래서 여전히 인간의 삶과 함께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저자의 말대로,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어 직접 쓰는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책을 다 읽고나서 느껴졌다. 어디서 이런 <정원의 책>을 볼 수 있을까 싶다. 그러니, 저자의 이 책이 갖는 의미 또한 분명하겠구나, 싶다. 괜히 이 책을 만난 내가 더 뿌듯해지는 듯하다.

덧-
각 부분에 담겨 있는 정원의 그림들이 좋았다. 각 부분의 내용에 대한 잠시 쉬며 정리해볼 수 있는 여유도 함께 주는 것 같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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