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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7070님의 서재
  • 파이트
  • 이라야
  • 13,500원 (10%750)
  • 2025-05-09
  • :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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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트. 이라야 장편소설. 창비. 2025.

하람이의 삶이 짠했다. 아이들을 1차적으로 가정의 부모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사회에서 지탱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하는데, 하람이는 그것이 불가능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부모가 부모로서 아이를 보듬어주지 못하고 자신의 슬픔과 불행 안에 갇혀 지내기만 했다는 건, 어찌보면 아이를 방치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람이의 처지가 안타까운 것을 넘어 화도 났다.
물론, 엄마 아빠의 아픔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옛말처럼, 예찬이를 향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있다면 하람이에 대한 사랑과 책임도 있어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른이 해야할 몫인 것이다. 하지만 하람이의 엄마는 그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물론 아빠도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른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노력은 했으나 아이가 상처를 받고 아파하고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최소한 이 애가 잡고 버틸 만한 애정의 끄나풀 정도는 내밀어줘야 할 거 아니에요. 그것까지 외면하면 어떻게 버티라고. 어른이 왜 그렇게 모질어요."(...)
"그렇잖아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자기를 얼마나 탓했겠냐고요. 내 잘못으로 엄마가 화났다, 내가 엄마를 슬프게 했다고 하면서 얼마나 자책했겠냐고요."(158쪽)

속이 다 시원했다. 권 경위의 말이 어쩌면 권 경위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쓴소리를 날릴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주는 어른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어른들은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보다도 더 비겁할 때가 많으니 말이다. 자신의 상처 안으로 숨기 바쁘고 다른 이들에게는 상처만 보이며 모든 것에서 도망치려고만 하고. 이런 어른에 대한 권 경위의 뼈 있는 말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무하, 원지는 왜 이렇게 착한지, 권 경위는 어쩌면 이렇게 다 챙겨주는지, 체육관의 관장도 원지 엄마도 이해하고 도우려는 마음이 이렇게도 강할 수 있을까 싶었다. 카페 사장님과 감초 삼촌까지도 모두가 그랬다.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 보는 이들에게 옷을 건네주던 할머니마저도. 지금까지 아빠와 엄마가 해주지 못했던 것들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하람이가 이제 마음을 놓고 진짜 삶을 편안하게, 그것도 웃으며 살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이들이었다. 이보다 더 다행인 것은 없겠다 싶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거리가 있을 것 같았고, 위로와 힘을 주는 관계에서는 서로의 마음이 같다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200-201쪽_'작가의 말' 중)

무하랑 셋이 있는 단톡방을 만들고 이름까지 지었다. '파이트!'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이 구호가 우리의 시작도 알리는 거라고 했다.(180쪽)

하람이 말고도 무하, 원지까지. 이 아이들이 나아갈 세상은 어떤 어른의 비겁함도 없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나가도 되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지금까지 갖혀 있는 마음의 굴레는 여기서 끝!

'파이트!' 이제 다시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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