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연주자, 은한...
nan7070 2025/07/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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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금의 말들
- 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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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 2025-06-18
: 525
#해금의말들 #은한 #문학수첩 #서평단 #서평 #책추천
해금의 말들. 은한 지음. 문학수첩. 2025.
_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행복
해금켜는 은한, 영상을 봤다. 사실 해금, 이라고 말만 들었지 이렇게 생긴 악기에 이런 음색이 나오는 줄 잘 모르고 있었다. 아, 가끔 이 비슷한 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데, 이게 해금이었구나, 싶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기는 하다. 물론 어떻게 연주하느냐에 따라 다르겠고 또 어떤 곡조로 연주하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내가 듣고싶은 대로 마음을 따라가며 듣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그런 마음으로 듣고싶어서, 그렇게 들린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관심이 갔다. 국문학을 전공했고, 임용고시를 준비했고. 나와 비슷한 구석이 많아 더 관심이 갔던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과정이 있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어떤 노력들을 했을 것인지, 너무 짐작이 되어 더욱 그랬을 수도 있다. 시험을 보기까지, 그 시험에 실패하고 또 시험을 보려는 마음을 먹기까지, 어떤 각오를 다져야했을지 너무도 잘 알 수 있어서. 그리고 실패 후 어떤 마음에서 자신에게 1년의 유예 시간을 주게 되었을 지도 조금 짐작이 갔다.
그런데 신기했다. 그런 과정 속에 결론이 해금이라니. 그리고 궁금했다. 해금이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거지, 싶어서.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전문적인 해금 연주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을까, 싶어서. 결과적으로만 본다면, 마치 해금 연주자가 되기 위한 길의 과정을 거쳐 결국 이렇게 된 것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해주고 있는 그 과정은 그리 만만치 않았고, 그 과정을 안다면 선뜻 나설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도 그런 모든 것을 예상하고 이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닐테니, 겪으면서 알게 된 많은 고충과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일 뿐. 하지만 그 과정을 써 내려가는 저자의 태도가 그리 나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저런 일들에 대해서 별 거 아닌 것처럼(물론 그 일들을 겼던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너무도 태연하게 많은 일들에 반응하는 느낌이, 글에서 느껴졌다. 글을 읽으며 어떡해, 어떡해, 하는 마음보단 그랬구나, 와 어쩜 그런가, 하는 마음이 더 컸으니까.
"남들 눈치 보느라 아무것도 못 한다면 제 행복은 찾을 수 없겠지요."(69쪽)
이 태도가 저자가 지금의 거리 연주자, 해금 연주자가 되어 10년을 살 수 있었던 근간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대학 전공을 해야하고, 그 전공을 살려 자신의 일을 찾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마치 세상을 잘못 살고 있는 것처럼 보는 세상 사람들의 잘못된 시선에서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고 다독여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큰 힘이, 이런 마음가짐이지 않을까. 그렇지! 남들 눈치 보느라 시간 다 쓸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판단 안에서 휘둘리기 시작하면 어떤 것도 제 의지대로 해 나가는 것이 불가능해질 테니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삶에 대한 태도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저자는 가만 있지 않는 사람이다. 한 가지를 하고 나면 또 다른 한 가지를 도전하고, 그 도전으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일을 찾아다닌다. 그리고 그 다른 것들에 자신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역량과 능력을, 그리고 배우고 익힌 것들을 연결시켜 나간다. 하나에만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것을 향해 힘을 쏟을 준비가 이미 마음 속에 가득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사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공간, 특히 거리에서 오로지 홀로 나를 보인다는 것이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으니, 처음 시작부터 저자는 남달랐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며, 나라면 이렇게 못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 그래서 감탄하며(때론 말도 안 되는 상황과 사람들의 태도, 말에 화를 내며) 읽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저자의 모습을 가끔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지금은 어떤 곳에서 어떤 곡을 연주하고 있을지, 또 다른 어떤 도전들을 하고 있을지, 응원하는 마음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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