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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양다솔 지음. 한겨레출판. 2025.
_나를 활자로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금방
작가의 편지에 답장을 쓰고 싶어졌다. 나도 저 '까불이 글방'에 들어가 매주 글을 쓰고 싶어졌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용기가 났다. 꼭 잘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그저 나를 끌어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잘하고 있다고 힘을 실어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런 글쓰기를 통해 조금씩 나 자신에게는 더 솔직하게, 또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 더 후하게 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뭐가 됐든 비슷하겠지만, 꾸준한 글쓰기를 통해 이전과 다른 무언가를 이룬, 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작가 그 근처의 뭔가 비스무레한 어떤 무엇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면서 깨달은 사실은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도 묻지 않았고, 아직 쓰이지 않았을 뿐이다.(...) 모두 그저 자신에 대해 쓰면 된다. 누구도 자신이 진정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이야기를 가졌는지,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 쓰기 전까지는 알지 못한다.(8쪽)
각 글마다 작가는 '이 주의 글감'을 알려주었다. 이 글감으로 일주일에 한 편씩 글을 쓰는 것이구나. 그렇다면 나도 이 책의 글감들을 가지고 글을 써보면 되겠구나, 싶었다. 예를 들면,
이 주의 글감: 내가 좋아하는 거짓말(234쪽)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거짓말에 대해 쓰라고요? 어떻게 좋아하지 않는데 좋아하는 거짓말을 쓸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이건 거짓말입니다. 저는 자주 쓰는 거짓말이 있거든요. 좋아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거짓말을 하면 그냥 그 다음의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는 합니다. 그래서 자주 하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쩌면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아하는 것에 별 게 아닐 것 같습니다. 자주 쓰고 또 그렇게 쓰는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아하는 게 맞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거짓말은, '괜찮다'입니다. 사람들이 자주 물어요, 괜찮냐고. 그럼 당연하다는 듯 괜찮다고 대답합니다. 이건 어린 시절 How are you? 라고 물으면 I'm Fine, thank you. And you? 라고 물어야한다고 배웠던 공식처럼, 마치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가 툭 하고 나오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말의 조합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게 되는 '괜찮다'는 대답이, 실은 안 그럴 때도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는 거죠. 그래서 거짓말인 겁니다. 그리고 이 거짓말은 티가 많이 납니다. 질문하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거짓말은 것을 알고 있으면서 묻고 또 묻고, 대답하고 또 대답합니다. 이게 참 재미있는 지점인 것이죠.(...)"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쓰다보면 자연스레, 작가에게 각 글감마다의 답장을 적어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 이게 또 쓰다보니 써지는구나, 할 수 있겠구나, 그리고 생각보다 좀, 재밌구나.
언제나 할 말이 있는 사람의, 늘 말이 많은 사람의, 보기만 해도 사람들이 귀를 막고 도망가는 사람의, 아주 적절한 취미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자신에 대한 책을 한 권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슬렁슬렁 산책처럼 쓰기 시작한 글이 생각보다 긴 산책이 되어버려서 완성되고 마는 책이요.(227쪽)
어린 시절,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자주 이렇게 답했던 적이 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갖고 싶다고. 이 책을 읽으며 이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작가가 보낸 10년의 시간만큼이면, 이란 생각.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며 웃었다.
이 책은 한 번에 후루룩 일어나지 말고, 한 꼭지씩 읽고, 또 그 꼭지의 글감으로 글을 쓰면서 천천히 읽어나가면 좋을 책이었다. 작가의 생각과 이야기를 듣는 것만도 좋지만, 제목에서처럼, 쓰기로 마음 먹었다면 과감하게, 작가가 제시해주는 글감의 글을 하나씩 차곡차곡 써나가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방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면 이렇게 간접적으로 참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해보고 싶은 게 하나 더 생겼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