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인 것인가...
nan7070 2025/06/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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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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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 -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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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창비. 2025.
차별이 얼마나 무섭고 폭력적인 것인가를 여지없이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사람을 살리자는 것이 법이지 않나, 그런데 왜? 하는 생각이 자꾸 들게 만들었다. 우리같은 사람들은 법이 무서워 겁을 먹기가 쉽다. 법을 어긴다는 건 상상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국가의 힘을 대신하는 곳의 말이라면 꼭 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쉽게 싸우지도 부당하다고 말하지도 못 한다. 반박도 못하고 따지지도 잘 못한다. 그렇지 않다고 억울하다고 생각만 하고 그 다음은 또 시키는대로, 하라는대로 다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당연한 것처럼 말을 듣다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다. 당연히 국가(의 대변인 정도)가 하는 말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잘 모르거나 혹은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걸 누가 매번 의심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니 통지받은대로, 말 들은대로 그대로 할 수밖에. 힘들어도 그래야 한다니 그러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는 것이다.
헌법 제 34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한 대표적 제도가 기초생활보장 제도입니다.(181쪽)
당연히 사람을 살리자고 마련한 제도인 것인데, 이 제도가 결국 사람을 죽이는 용도로 사용이 되었다는 것이, 이 책 전체에서 가장 무서운 지점이었다. 사람을 인간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을 살피고 삶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 문서에 불과했던 것이란 느낌이 가장 크다. 사람과 삶 한번 들여다볼 진심이 없었구나 싶었다. 직업 사람들의 삶 안으로 들어가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돌보려던 것이 아니라 그저 책상 앞에서 편하게 종이만 들여다본 게 전부였고, 그것이 결국 사람의 목숨 담보로 한 게으름이 되었다. 이런 게으름이 얼마나 많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을까 싶어, 소름이 돋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들이 어디에서도 도움받지 못할 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있있다는 것이다. 약하고 힘없는 이들에게는 잘 알고 힘을 보태줄 한 사람이 무척 소중하다. 감히 안다고 아는 척할 수 없어지는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이 있는데, 바로 보건과 법이다. 의학 앞에서 기가 죽고 법 앞에서 힘을 쓸 수가 없어진다. 그러니 이 두 집단은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직접 받지 않으면 일반적인 우리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대응하지 못할 채 그들의 말을 무조건 따르기만 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억울하지만 모르니 왜 라는 질문조차 쉽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우리를 대상으로 특히 법은, 사람을 품어가기보단 밀어내는 쪽을 선택했고, 더 이상 밀려나지 않을 수 있도록 그나마 함께 힘을 써주는 이들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한 가닥의 동아줄인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회적 강자 혹은 약자라는 개념이 성립한다는 건 곧 이 사회가 힘에 의해 움직여지는 사회라는 반증일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약자 혹은 소수자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 될 지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다. 아마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소송과 일화들은 우리 사회의 아주 일부분만을 포함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외에도 당연하다는 듯 자행되고 있는 차별들이 얼마나 많을지. 억울한 죽음이 또 다른 억울한 죽음을 보며 부러워한다는 것조차 허탈해지는 순간이지만, 이런 약자들의 목소리가 그들에게 닿으려면 또 얼마나 많은 희생과 포기가 있어야 가능할지. 동성애자인 것도 외국인 이주민인 것도 잘못이 아닌데, 마치 이 사회는 정상의 범주를 자기들 멋대로 정해놓고 그 안과 밖을 구분하고 있으니, 이 지점이 통탄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관용은 나에게 편안한 사람들과 편안한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삶의 방식을 함께할 공간을 내어주는 것으로서 차이를 뛰어넘는 동등과 배려와 존중을 의미한다.(143쪽)
이 결정문 속 문장에 내내 마음이 남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갖고 있어야함에도 그러지 못했던 생각의 기본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잘 정리해준 부분이었다.
불편. 사람들은 불편을 못 견딘다. 왜 불편해야하냐며 화를 낸다. 불편함은 약자들의 몫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니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자신들의 기준으로 모든 이들이 맞춰 따라야한다고 우긴다. 찍 소리도 내지 말고 시키는대로만 살라고. 그러지 않으면 죽음까지도 각오하라고 말이다. 마치 디스토피아 사회의 모습을 담은 미래 SF 소설의 한 대목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우리 사회의 민낯이었다.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지금 한국사회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범주를 넓혀가며 인권, 즉 '사람'의 권리를 제대로 바라보면서 진정한 포용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혐오와 증오, 차별과 침해가 만연한 혐오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112쪽)
우리 사회가 어느 지점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예의 주시하고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내야할 것이다. 이게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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