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소중한 산이의 이야기...
nan7070 2025/06/2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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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도감
- 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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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 - 2025-06-12
: 9,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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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최현진 글/모루토리 그림. 문학동네. 2025.
처음부터 슬픈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이었다. 헉, 하고 한순간 숨이 멈춰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싶었다. 이런 일들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여서 무척 슬펐고, 또 소중했다. 산이의 마음을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산이가 보여주고 있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어떤 방법으로 마음을 그 다음 남은 시간들을 보내야 하는지 누구도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남겨진 이들은 고스란히 그 상황과 감정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라면,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떻게 말해야 하고 또 행동해야 하며,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스스로 찾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저 슬퍼하고만 있을 수도 또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도, 모두 다 어렵기만 하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해낼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해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럴 때 같이 해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분명 비슷한 마음을 보여줄 이들은 있다. 다만 티를 내야한다. 티를 내고 또 서로가 갖고 있는 감정을 다시 드러내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볼 마음이 생길 수 있고 또 그런 기회를 가져볼 수도 있는 것이다.
산이가 메아리 누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누나의 카우보이모자부터 시작해 그런 산이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많이 이들이 곁에 있었다. 그것이 참 다행이었다. 아마 혼자서만 해야한다고 했다면, 산이가 혼자 해낼 수 있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수 있다. 하지만 산이에게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충분히 산이가 스스로 받아들이고 또 한 발 걸어나가도록 도움 줄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산이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산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 시간들을 보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책가방에 달린 튜브 키링을 만졌다.
"괜찮아, 강산."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초록불로 바뀐 뒤 셋을 셌다.(150쪽)
다른 사람의 '괜찮아'라는 말보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해주는 혼잣말을 '괜찮아'가 더 힘이 세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자신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해주는 말로 느껴졌고, 그동안의 슬픔의 터널을 잠시 빠져나올 수 있는 주문처럼 느껴졌다. 이 주문의 힘은 산이에게는 더없이 중요하고도 값진 말이 된다. 둘이었다 하나가 된 이후 그 하나로서의 시간을 다시 단단하게 가져가겠다는 다짐으로도 들렸다.
물론, 여전히 산이는 슬픔과 아픔, 그리움과 외로움 속에 순간순간 빠질 것이다. 웃고 있지만 울고 싶은 순간도 문득문득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가진 산이에게는 더 이상 어렵기만 한 시간들은 아니다. 지금 마음 먹은 것처럼 어떤 순간이 다시 찾아와도, 제 스스로 자신에게 주문을 걸며 또 다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이에게는 그런 힘이 생겼다. 처음 산이와 분명 달라졌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참 소중한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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